아이돌 덕질 7년 차로 접어든 중학생 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콘서트도 못 가고, 힘들게 공연에 가서도 함성을 지를 수 없어 불만이 많다. 이런 딸이 얼마 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가상인물 연예
아이돌 덕질 7년 차로 접어든 중학생 딸.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콘서트도 못 가고, 힘들게 공연에 가서도 함성을 지를 수 없어 불만이 많다. 이런 딸이 얼마 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가상인물 연예인을 만들어내고, 메타버스나 NFT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건넨 말이다. “내 주위에 물어보면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것보다 실물로 만나는 걸 훨씬 더 좋아해. 이번 기회에 메타버스로 덕질 기반을 옮겨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냥 돈을 벌려고 하는 어른들의 기획인 것 같아.” “메타버스는 어른들이 1020이 좋아할 거라면서 만든 서비스라는 느낌이야. 굳이 따지면 어른들이 ‘킹왕짱’ 같은 유행어 쓰면서 10대를 잘 알고 있다고 오인하는 느낌?” “미래에는 메타버스에서 ‘부캐’를 만들어 돈을 벌라는 이야기를 봤는데, 모순적이라고 생각해. 어른들이야 본캐가 있으니 부캐를 만들어도 되겠지만, 아직 자기 본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애들에게 부캐부터 만들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요즘 앞다퉈 메타버스를 도입한다고 한다. 진짜 비즈니스 모델에 메타버스를 연결하기보다는, 메타버스 형태의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대신하는 ‘메타버스 마케팅’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 이유는 힙해 보여서,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어서란다. 그런데 아이가 이야기한 건 이런 메타버스 마케팅이 아니다. 아이에게는 메타버스 자체보다 메타버스를 받치고 있는 세계관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어른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미 힘이 너무나 센 플랫폼이 ‘부캐’를 ‘수익화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거다. 그 안에 들어간 개개인이 자아 형성 주체로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찜찜했을 수도 있다. 아이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부캐란 건, 결국 본캐가 탄탄해야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매드클라운이 마미손인 거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건 매드클라운이 이미 성공한 힙합 가수여서잖아? 메타버스 세계 안에 나를 만드는 건 그런 식의 부캐가 아니라 그냥 또 다른 나를 만들라고 하는 것 같아. 난 그게 좀 기괴하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