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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하면 됐다'를 죄악처럼 여기지 말기를 ] 1. 누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가 뭐에요?'라고 물어서 '네스프레소를 제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더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브랜드

[ '이만하면 됐다'를 죄악처럼 여기지 말기를 ] 1. 누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가 뭐에요?'라고 물어서 '네스프레소를 제일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더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브랜드에 관심이 많고 브랜딩을 업으로 하며 살다 보니 왠지 더 힙하거나 아니면 대중들은 잘 모르는 커피 브랜드를 댈 줄 알았나 봅니다. 2. 이 일화를 바탕으로 네스프레소에 관련한 글을 한 편 쓴 적이 있습니다. '네스프레소가 뭐 어때서!'라는 식의 뾰로통한 심정은 아니었고 그저 왜 네스프레소를 좋은 브랜드라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관점을 설명하고 싶어서였습니다. 3. 'What Else?'라는 오래된 슬로건에서도 느껴지듯이 네스프레소는 정말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커피를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그 '훌륭함'이라는 게 저세상 수준의 하이엔드 커피라거나 혹은 OOO 바리스타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손수 내리는 커피에서 오는 그런 훌륭함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4. 네스프레소의 훌륭함은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지'에 더 가깝거든요. 그러니 다른 브랜드들이 서로가 최고라고 자랑할 때, 또 서로가 이만큼이나 더 다르다고 자신을 구분 지을 때 홀로 유유히 '오 그래! 너희들 너무 멋지다. 근데 난 이만하면 충분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겁니다. 5. 실제로 네스프레소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조금은 놀라게 됩니다. 개당 700-800원 수준의 커피 캡슐 하나에 들어있는 원두 품종을 따져보면 세계 최상위급에 속하는 레벨이거든요. 의외로 선행도 많이 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도 실천 중이며, 소비자나 시장이 지적하는 문제점들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뿐입니다. 그들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저 '충분히 괜찮은 커피'라는 메시지뿐이니까요. 6. 이렇게 스스로가 정한 기준을 척도로 두고 자신들을 둘러싼 갖가지 요소가 조화로운 밸런스를 이루도록 하는 게 네스프레소의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타인보다는 자신을, 정점보다는 균형점을 추구하는 그 모습에 제 마음도 홀랑 뺏겨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7. '이만하면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같은 말들이 마치 노력 부족이나 현실 타협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다른 사람이 만든 잣대로 내 결과물을 평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도 분명히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주관적인 시선이 탄탄한 바탕을 이룰 때 더 의미 있어진다고 봅니다. 8. 그래서 저는 자존감이 높은 브랜드들이 좋습니다. 넘치지 않는 자신감과 모자라지 않는 겸손함을 가지는 브랜드들을 애정합니다. 누군가가 한 이야기들을 가져와 한 겹 두 겹 껴입은 브랜드보다 단출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들이 훨씬 멋집니다. 그리고 그 브랜드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그래. 이만하면 됐다.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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