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 '인풋 매니징' 3년 차의 중간 보고 ] 1. 이름은 거창하지만 별거 아닙니다. 그냥 3년여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각종 인풋들에 욕심만 낼 뿐이지 이걸 하나

[ '인풋 매니징' 3년 차의 중간 보고 ] 1. 이름은 거창하지만 별거 아닙니다. 그냥 3년여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각종 인풋들에 욕심만 낼 뿐이지 이걸 하나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요. 2. 특히 능동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직군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강박 같기도 합니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봐야 할 영화/드라마를 리스트업 하고, 이번 주말 짬을 내서라도 가보고 싶은 곳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그 일련의 습관들 말이죠. 3. 하지만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다큐를 보면서 결심을 굳혔습니다. 결국 관리되지 않는 인풋은 나를 더 힘들게 하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인풋 매니징'을 시작했습니다. 4. 우선 일주일에 한 번씩 각종 메모와 사진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일요일 저녁 9시가 되면 일주일 간 노션, 구글킵, 네이버 메모, 사진앱 등에 모아놓은 메모와 자료들을 하나씩 훑어보며 의미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구분했습니다.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건 우선 휴지통으로 모두 옮겼습니다. (그래도 휴지통을 비우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사라지진 않으니 맘이 좀 놓이거든요) 5. 그런 다음 관련이 있는 메모들을 하나의 태그로 묶습니다. 큰 카테고리를 두기보다는 그때그때 가볍게 묶을 수 있는 작은 조합들로 해시태그를 만드는 편입니다. 태그만으로도 내용을 쉽게 연상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꺼내보면 영감을 받기도 좋더라고요. 6. 다음 주 인풋에 대한 계획이 예정되어 있으면 미리 몇 가지 질문을 기록해두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서 뭘 볼 데 이런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런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를 먼저 예상해서 써놓는 겁니다. 그럼 다음 일요일에 인풋을 정리할 때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놀라웠던 건 10년 전, 20년 전 일기장 보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 전의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낯설음도 느껴진다는 거였습니다. 7. 별것 아닌 이 습관이 저를 바꾼 건 인풋을 맞닥뜨릴 때의 감정과 그 인풋이 일주일 간 숙성되었을 때의 감정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어쩌면 오해한 채로 혹은 잊혀진 채로 기록될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곱씹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8. 인풋에 대한 집착도 한결 덜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는데,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다가도 '이건 분명 일요일 저녁에 보면 좀 별로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한 달짜리, 두 달짜리'처럼 유통기한을 정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말 재밌습니다. 늘 끌려가듯 인풋에 매달렸다면 지금은 그 주도권이 저에게 있는 것 같거든요. 9. 제가 아주 어릴 때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어느 화장품 광고의 카피가 히트를 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저는 인풋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쓸어 담는 것보다 관리하고 확인하고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다시 쳐다도 보지 않을 인풋에 욕심내기보다는 이번 주 나를 찾아온 영감들을 우선 잘 정리하고 분류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드리는 이유입니다.

알림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