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에 쓰는 CEO 일지 - 오바마 대통령 자서전 중에서 휴가를 다녀왔다. 분기에 한번 정도 휴가를 가는데, 작년 말에 예약해 둔 휴가 일정이 훌쩍 다가왔다. 야심차게 두 권의 두꺼운
2월 마지막 주에 쓰는 CEO 일지 - 오바마 대통령 자서전 중에서 휴가를 다녀왔다. 분기에 한번 정도 휴가를 가는데, 작년 말에 예약해 둔 휴가 일정이 훌쩍 다가왔다. 야심차게 두 권의 두꺼운 책을 가져갔지만,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새 자서전, 을 딱 절반까지 읽었다. 무려 9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이 책의 기본 컨셉을 요약하자면, 1)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내가 한 의사결정의 맥락을 책에 담아낸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욕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정책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참 지루하다.) 2) 나 자신에 대해서는 최대한 낮춘다. 자조적인 유머와 위트를 최대한 많이 쓴다. (그래서 사실 웃음이 툭 터지는 장면들도 많다.) 3) 대통령으로서 배운 것들, 후임 대통령 혹은 미래의 리더들에게 해 주고 싶은, 시행착오와 쓰라린 패배 끝에 배운 교훈들을 전한다 (깊이와 통찰이 담긴 문장들이 많다.) 원래 전체 임기 8년의 이야기를 한권에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남아내지 못해서 1부만 겨우 낸 것이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진 강점(생각이 많고 깊다)과 약점(그래서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장황하다)이 골고루 배어있는 책. 그래도 나는 이 정치인이 가진 매력 자산을 참 좋아하고(정책적인 성과에 대한 판단은 하기 어렵다), 그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국에 있었기에 뭔지 모를 애틋한 마음이 있기도 하다. 보스턴은 굉장히 민주당 세가 강한 동네이기도 했고. 암튼, 이 책에서 내가 밑줄을 그으면서 읽은 것 중 하나가 이것. 그는 대통령 취임 후,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미국 국민들이 백악관으로 보낸 1만여통의 편지 중에서 스탭들이 고른 10통의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국민의 편지를 꾸준히 읽으면 대통령직의 밀실 밖으로 나가 내가 섬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직접 들을 수 있을 듯 했다.” 금융위기 직후 당선된 그는 망가진 금융기관과 시민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서 국회와 끊임없는 협상을 벌인다. 구제금융 정책 통과를 위해 공화당과 협조를 구하려고 애쓰지만, 그는 결국 임기 첫해부터 공화당과는 철전지 원수 같은 각을 진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다른 스토리가 있겠지만, 이 책의 화자는 오바마니까) 그 후 오바마케어도 마찬가지 전쟁을 치른다. 양당 간의 극단적인 대립은 미국을 점점 더 갈라놓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금융위기 극복과 씨름하며 피폐해진 와중에도, 그에게 한줄기 희망이었던 것은 매일 밤 읽던 국민들의 편지였다고 그는 고백한다. 역시나 그는 문장가라서, 대단히 우아하고 아름답게 묘사했다. 아마 영어 원문은 더 좋을 것이다. (아래 사진) 내가 이 문장에 별표를 해 둔 이유는 이 부분이 정확히 내가 지금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주 우리 팀 각 제품 조직이 만나서 인터뷰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혹은 정리된 문서를 읽기도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직접 듣는 것이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다가오는 순간.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나도 매주 커리어리 고객 한 분과 루틴하게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다시 제품과 사업에 반영하고, 다시 고객에게 선보이는 이 이터레이션 사이클은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고객을 만났을 때 창업가의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울림은 오바마 대통령이 고백한 이 문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