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 빠져드는 것만이 '몰입'은 아니니까요. ] 01. 바야흐로 '몰입'을 말하는 시대입니다. 어딘가에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에너지와 용기를 요구하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저

[ 빠져드는 것만이 '몰입'은 아니니까요. ] 01. 바야흐로 '몰입'을 말하는 시대입니다. 어딘가에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에너지와 용기를 요구하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저도 늘 몰입을 잘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밤을 꼬박 새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은 의구심도 들고 말이죠. 02. 근데 몰입에는 꼭 '빠른 몰입'만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만큼 강력히 나를 잡아당기는 몰입이 있나 하면, 결국 내 힘으로 천천히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몰입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전자를 '수동적 몰입' 후자를 '능동적 몰입'이라 부르는 데 늘 속을 썩이는 건 후자입니다. 그 몰입의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참 막막하거든요. 03. 고민이 깊어질 때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한 친구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배우들은 어떻게 그렇게 몰입을 잘하느냐는 제 질문에 이런 답을 하더라고요. "어떤 대상이든 내가 가진 에너지를 천천히 내어주다 보면 그 경계가 녹아내리는 순간이 오더라고. 몰입한다는 게 꼭 빠져든다는 것만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 중요한 건 들어간다는 거지." 04. 맞습니다. 어쩌면 저 역시도 몰입이란 단어에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어딘가 웜홀을 통해 시간 여행하듯 빨려 들어가야 몰입인 것만은 아니니까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시작하는 몰입도 있는 거겠죠. 문득 빠른 몰입이 아니면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라고 쉽게 고개를 돌렸던 과거의 일들이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05. 저는 '느린 몰입'을 위해서는 내가 몰입하고자 하는 대상에 공감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포인트에서 나를 그 대상에 노출시켜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나와 유사한 공통점을 찾아보면서 아주 천천히 스며들어가는 방식이죠. 그래야 어느 순간 자연스레 동화된 그 세상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06. 혹시 융해점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말로 하면 '녹는점' 정도 되는데 고체 상태이던 물질이 온도가 높아지며 액체가 되는 지점을 뜻합니다. 근데 이 녹는점은 끓는점과는 달리 물질마다 그 지점이 다 다르다고 해요. 그래서 물질의 온전한 특성으로도 잘 구분하지 않습니다. 07. 저는 몰입이야말로 이 녹는점이 모두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마치 몰입을 못하거나 혹은 몰입을 못 시키면 금방 수명과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드라마틱 하게 일어나는 몰입이 어디 그리 흔한가요. 모든 것에는 타이밍도 필요하고 과정도 필요한 법이죠. 08.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저 스스로도 단어 선택을 좀 바꾸게 된 것 같습니다. '몰입이 안 된다'는 말 대신 '몰입에 시간이 좀 걸린다'로, '빠져들어야 한다'가 아닌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로 말이죠.

알림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