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읽어 대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유] 종이책이 죽어가지만 현대인은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텍스트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스스로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읽어 대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유] 종이책이 죽어가지만 현대인은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텍스트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스스로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은 매주 기적처럼 커지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더 자각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는 산더미처럼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널리스트 니콜리스 카는 에서 주기적으로 디지털 세계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은 모두 새로움만 그 자체만 추구하고 실제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우울하지만 예리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한동안 아티클 중독에 빠져 디자인 관련 아티클을 빠짐없이 읽어내려가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돌이켜보면 딱히 나를 '변화'시킨 것은 없었습니다. 카는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우리는 끊임없이 레버를 누르는 온라인 실험실의 쥐가 된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쥐들이 원하는 '새로운 것'을 너무나도 잘 찾아줍니다. 정보를 '검색'하거나 단지 새로운 것을 '찾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서 방금 글을 읽으려고 다운로드 받아놓고는 또 새로운 글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소름돋게도 저는 이 글을 쓰면서도 한 번 그런 행위를 했습니다.) 브라우저의 탭은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단 하나의 탭의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지는 못합니다. '기대'하기만 하는 행위는 정보를 깊이, 제대로 소화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처리하는 정보는 점점 많아지지만, '대충' 처리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헤드라인만 보고 비판 없이 내 생각이라고 여기거나, 본문의 한두 문단만 보고는 이미 알 건 다 알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손에 넣은 콘텐츠는 깊이 이해하고 싶지 않고, 우리는 점점 산만해집니다." 다행히 아직 우리의 비판적인 능력은, 날이 서 있습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거나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느리게', '천천히',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전적으로 부딪히는 글에 반박 글을 써보고, 글로 써 있는 생각이 진짜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