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 경험'을 가진다는 것 ] 01. 예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배우 차태현 님이 하신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좋은 애드리브는 주어진 대본을 모두 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씬이 통으로
[ '통 경험'을 가진다는 것 ] 01. 예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배우 차태현 님이 하신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좋은 애드리브는 주어진 대본을 모두 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씬이 통으로 내 것이 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02. 저는 이 말이 정말 공감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 역시 경험에 대한 강박이 좀 생기고 있었거든요. 왠지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좋은 경험을 해야 그게 제가 하는 업무에도 영감으로 작용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경험이란 게 유형이 중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03. 저는 이걸 '통 경험'이라고 부르는데요, 나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간 것이든 혹은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데 참여한 것이든 하나의 경험이 시작과 맺음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부분적으로 존재하는 경험과는 분명 다른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04.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세 가지고 꼽는데요, 첫째는 처음에 나 혹은 우리가 목표로 했던 그 모습이 마지막에 완결된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트래킹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치하면 일치하는 대로 변하거나 성장해있으면 그건 그대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죠. 저는 이 과정 속에서 초기에 원했던 상(象)을 지키는 법과 또 유연하게 발전해가는 법, 두 가지를 모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05. 두 번째는 호흡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 20년간 한 회사에서 비슷한 직무를 했다는 업계 선배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그 비결로 '호흡 조절'을 꼽으시더라고요. 남들은 언제 어떻게 에너지를 써야 할지 몰라 너무 빨리 지치거나 엉뚱한데 힘을 쏟았던 반면 자신은 뛸 때 뛰고, 걸을 때 걸으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강조하는 '통 경험'에 무척 동의해 주셨죠. 한 시즌을 통으로 겪어본 스포츠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멋진 부연 설명과 함께요. 06. 마지막은 차태현 배우님이 말씀하신 애드리브, 즉 '일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기,연출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는 결국 좋은 애드리브가 극 전체를 이해하는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건 잔기술이라기보다는 '파생된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정공법으로 가다 어느 한순간에는 변주를 주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본능적이 판단이 서는 것인데, 결국 이 능력은 모든 상황이 '통으로' 체득되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07. 가능하다면 프로덕트의 시작과 런칭, 콘텐츠의 기획과 완성을 통 경험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꼭 그 스케일에 집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기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개인이 목표로 한 소박한 작업이라도 무관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목표를 세웠고, 구조를 잡았고, 실행을 해봤고, 완성을 했고, 또 평가를 내렸다는 그 일련의 과정일 테니까요. 08. 그러니 (아직 85%나 남아있는) 올해의 목표를 이렇게 잡아보면 어떨까요? 올해는 '통 경험'을 많이 만들어보겠다!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