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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vs. 느긋함] 게으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은 ‘꾸물거림 ’이다. 영어로는 ‘procrastination’인데 그 어원인 라틴어 procrastinatus를 분석하면 ‘pro(f

[게으름 vs. 느긋함] 게으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은 ‘꾸물거림 ’이다. 영어로는 ‘procrastination’인데 그 어원인 라틴어 procrastinatus를 분석하면 ‘pro(forward) + eras tinatus(tomorrow)’이다. 말 그대로 ‘내일로 미룬다’ 는 뜻이다. 부정적인 결과나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 예상됨에도 일을 시작하거나 끝내는 것을 습관적 또는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을 말한다. 꾸물거림은 우울증, 죄책감, 자존감 저하, 무능함과 관련이 있다. 꾸물거리는 사람의 내면에는 작은 실패나 실수로 자신이 부족하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보일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최대한 일을 미루는 것이다. 일종의 회피와 부정 반응이다. 꾸물거림의 핵심적 특징은 ‘연기(postponement)’와 ‘비합리성(irrationality)’이다. 과제를 지연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꾸물거림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합리적인 이유인지 단순 합리화(rationalization)인지는 잘 판단해야 한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마지막에 성급하게 끝내버려서 결국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게으름을 느긋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과는 같이 일하기가 정말 힘들다. 느긋함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에 흡족하여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이다. 이것은 앞으로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감정으로 행동이 굼뜬 걸 의미하지 않는다. 반면 게으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나와 있다. 얼핏 보기에도 게으름은 부정적, 느긋함은 긍정적인 뜻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름과 느긋함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할일이 이미 쌓여 있는데 끝도 없이 계속 밀려드는 과제 앞에 놓인 상황에서, 게으름, 꾸물거림 또는 성급함이 아닌 느긋함을 유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친구가 했던 말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유능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타임라인(timeline) 곳곳에 버퍼(buffer)를 심어 놓는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후 나의 일정표에 버퍼를 넣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모로 삶이 달라졌다. 나의 일정표에는 언제나 버퍼가 들어 있다. 나는 이 버퍼를 느긋함을 보장하는 장치로 쓴다. ‘완충제’처럼 버퍼는 주위 사람과 일이 나의 심리적, 체력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고 삶의 여유와 느긋함을 지켜주는 보루이다. 하지현 교수의 명저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의 제목을 좀 바꾸면 ‘일정의 빈틈이 나를 지킨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원칙과 방법을 소개해본다. 1️⃣일정표에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인다. 일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려면 최대한 수치화하는 것이 좋다. 일련의 과정을 세분화하고 수치화하면서 단계별로 마감을 정해놓으면 일을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뢰받은 주제로 강의를 준비한다면… (1)자료 조사는 주요 참고문헌을 20개까지만 찾아보는 것으로 정하고, (2)참고문헌을 검토하면서 인용할 자료, 표, 그림을 10개 이내로 정리하고, (3)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를 5개로 추리면서 강의 목차를 만들고, (4)강의 시간 1분당 파워포인트 1장 기준으로 자료를 만든다. 2️⃣일정표는 80%만 해야 할 일로 채우고 20%는 숨 쉴 수 있는 공간, 즉 버퍼를 남겨놓는다. 일정표를 꽉꽉 채워놓으면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일에 치여 허둥지둥 대다가 오히려 일을 미루게 되고 결과적으로 꾸물거리게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 20%의 버퍼를 확보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일과 약속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표를 훈장처럼 여기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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