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다치고 죽은 다음에 생활화학물질의 독성을 알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연구 논문이나 보도자료를 냈을 때 ‘너무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등의 반응을 댓글로 접했다. 여기
"누군가 다치고 죽은 다음에 생활화학물질의 독성을 알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연구 논문이나 보도자료를 냈을 때 ‘너무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등의 반응을 댓글로 접했다. 여기에 대한 답을 하나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중서를 준비하게 됐다." "제품을 사용할 때, 자기 생각(판단)을 넣지 마라. 때가 더 잘 빠지리라 생각해 여러 제품을 섞어 쓰고, 더 큰 살균 소독 효과를 보려고 락스를 넣고 그러지 않나. 그 농도가 과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지는 검증이 안 됐다. 권장 농도 이상으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는 건 아니다. 표기된 사용 방법이 시키는 대로, 용법과 용량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효과를 높이고 건강도 안전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해결하리라 결심했다. 원래 호흡기 질환의 발생기전 연구를 해온 만큼 폐섬유증 연구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연구자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DDAC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에서 DDAC가 들어간 소독제를 뿌리는 걸 보면서 분무 소독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려가) 조금씩 반영돼 환경부도, 질병관리청도 이제는 분무 소독을 권고하지 않는다." "제품의 성분을 반복적으로 노출해도 독성이 추가되지 않는지만 먼저 테스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급한 대로 축적성 유무, 병리적 문제 유무만 우선 살펴보면 된다. 이런 건 비용이 훨씬 덜 든다. 호흡기 독성에 대한 실험 자체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그것조차 안 하고 제품을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의 안전이 너무 위협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검사의 우선순위는 제품의 판매량 같은 걸 고려하면 된다. 이런 부분은 유연하게 변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늦었다는 건 없다. 늦었다, 늦어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자기가 만드는 거다. 서른일곱 살에 처음으로 피펫(액체를 옮기는 실험 도구)을 잡았다. 연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감사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올림픽 선수에게 ‘어부지리 1위와 최선을 다한 은메달 중 어떤 것이 좋은가’를 묻던데, 어부지리란 건 없는 것 같다. 어부지리로 결승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자기 속도대로 계속 갔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우연히 다 넘어지긴 했지만 그도 최선을 다해 달린 거다. 나도,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고. 따라서 늦은 건 없다. 참고 견디면서 일단 가야 한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꿈을 향해 계속 가야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딱 10년을 살았던 것 같다. 이겨내고 계속했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않았을까."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할 건지, 어떤 사람이 될 건지는 자신의 몫이다. 끝도 시작도 결정은 결국은 다 스스로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