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감'을 갖춘 기획 ] 01.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는 공간을 기획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늘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기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죠. 재미있는
[ '공간감'을 갖춘 기획 ] 01.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는 공간을 기획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늘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기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죠. 재미있는 건 다른 콘텐츠나 매체에서 받는 느낌에 비해 공간에서 받는 그 특유의 느낌은 분명히 결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간감'이라고도 부릅니다. 02. 하지만 이 단어 역시 영역에 따라서 다르게 활용되고 있죠. 건축에서는 공간적인 부피에 초점을 맞춰 'Sense of Space'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내부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인 영역에서는 'Spac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대부분 각자가 강조하는 가치에 조금 더 무게를 둔 단어를 쓰고 있는 셈입니다. 03.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감'에 대한 정의는 의외로 '음향기기'영역에서 내리는 정의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보다 생생한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지금 어디에 첼로가 있고, 어디에 드럼이 있으며, 어디에 콘트라베이스가 있는지 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음향적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너도 나도 가져다 쓰는 '입체적 사운드'라는 말의 시초이자 실제로 가장 근접한 개념이기도 하죠. 04. 그래서 오디오에선 이 공간감을 'Imaging'이라고 합니다. 악기의 위치와 연주자의 모션, 소리가 이동하고 합쳐지는 과정을 '스스로 그리고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러니 공간 자체를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그 공간 안에서 어디까지 생각과 상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그 포텐셜을 열어주는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05. 저는 이 공간감이라는 것이 꼭 물리적인 공간에만 적용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 기획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모두 각자의 공간감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어디까지를 만드는 사람의 의도로 두고 어디까지를 쓰는 사람의 의미로 제공할지, 어느 부분에서 우리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또 어떤 포인트에서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지를 설계하는 게 진짜 노련한 기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06. 그런 의미에서 양측의 장점을 조금씩 흡수해 다듬어보자면, 기획에서의 공간감이란 'Spacing and Imaging'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공간 안에 들어와서 여러분만의 공간을 또 하나 만들어보세요'라고 말을 거는 게 제일 매력적인 밸런스의 기획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