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꾹 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냥 꾹 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에너지만 많이 들고 효과가 없기 때문에 추천하기 어렵다. 다행히도 감정을 ‘재평가’해보는 것, 즉 감정을 일으킨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나만의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는 방법은 억누르기보다 에너지도 덜 들고 효과도 훨씬 좋다. 하버드대 왕커 연구원과 동료들은 87개국 약 2만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뉴스에 나오는 중환자실과 장례식장 사진 등을 보여주고 지금 기분이 어떤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얼마나 희망적 또는 절망적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물었다. 사진을 보여주기 전 한쪽 그룹에게는 현 상황에 대해 ‘재평가’를 해보도록 주문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예방 접종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친절을 베풀고 웃음을 전하는 것 등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또 현 상황으로 무엇을 새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아무것도 건질 것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쓸모를 발견해보라고 했다. 예컨대 인류가 과거에도 질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던 것처럼 이번 팬데믹을 통해 미래에는 더 잘 대처하게 될 것이라든가, 이번 기회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여러가지 발굴할 수 있었다든가 등이 있겠다. 그 결과, 현 상황을 재평가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똑같은 절망적인 사진을 봐도 부정적 정서가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력감이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도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한 두가지 찾는 것만으로 절망과 싸울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여 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확 줄어든만큼 내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기 쉽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정말 잃기만 한 시간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변함없이 따듯한 관심을 보내주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낀 것, 자신도 힘들면서 여전히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는 사람들의 강인함을 깨달은 것, 오래 전에 그만둔 피아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이 힘든 시간들을 버텨온 나의 대단함을 발견한 것, 마스크가 제2의 피부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지킨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냥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두면 사라지겠지만, 꼭꼭 새겨두면 뿌듯함이 될 수 있는 기억들을 하나 둘 찾아보자. 조각조각 찾아서 마음 속 서랍에 넣어두자. 그리고 이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찾아올 때, 꼭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말 할 수 있는 근거로 써먹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