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불안정 :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 오마이걸(OH MY GIRL), 정규 2집 Real Love 급변하는 트렌드에서 항상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움에는 '변화'라
대기불안정 :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 오마이걸(OH MY GIRL), 정규 2집 Real Love 급변하는 트렌드에서 항상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어려움에는 '변화'라는 요구가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그룹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타이틀 곡을 한 번 만들어냈다면 이 분위기를 중심으로 그룹의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들은 이 성공한 타이틀을 중심으로 그룹을 알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그 선입견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컴백때도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를 내기를 원한다. 그런데 머리가 아픈 것은 대중들이 요구하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이전과 완전히 똑같은 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비슷함에서도 변화를 요구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더 나은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간의 변화'는 똑같은 음악이라는 비판을 넘어서야 하고 그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 생각만 해도 어려운 지점들인데 이러한 '약간'이란 이름의 '부담'은 그룹이 원래 추구하던 음악의 분위기 전환을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위클리가 틴 팝 계열의 음악에서 걸 크러시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 바가 있다. 골치 아픈 것은 위와 같은 분위기 전환 역시 비판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에 컴백한 오마이걸의 경우 현재 활동하는 걸그룹 중 분위기 변화에 가장 능숙했음에도 이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먼저 오마이걸이 추구했던 변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그동안 오마이걸은 두 가지 분위기를 가지고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왔다. 하나는 에이핑크에서 파생된 '청순'이라는 분위기였고 다른 하나는 오마이걸이 초기부터 추구했던 '발랄하고 상큼한' 분위기이다. 전자는 2020년 이전의 오마이걸을 상징하는 이나 , 과 같은 트랙들을 대표로 한다. 사실 이 트랙들을 중심으로 오마이걸을 접하거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NONSTOP》이 분위기 전환을 통해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은 이전부터 추구했지만 인기가 있었던 스타일이 청순쪽에 지분이 높이 그쪽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냈을 뿐이다. 오마이걸이 계속해서 꺼내왔던 사운드는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에 가깝다. 일단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가 그렇고 2016년의 , 2017년 , 2018년 , 2019년 를 통해 매년 같은 분위기의 곡들을 내놓았다. 특히 는《NONSTOP》과 간접적으로 분위기가 이어지는 곡으로 오마이걸의 썸머 트랙의 대표성을 과 함께 띄고 있다. 《NONSTOP》의 성공은 오마이걸에게 발랄하고 상큼한 분위기로의 체제 전환을 가져다 줬다. 그리고 바로 다음 앨범인 《Dear OHMYGIRL》에서 이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성공한다. 의 작곡가로 참여한 라이언 전(Ryan Jhun)과 함께 를 작업했고 그 기세를 이어가기에 충분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 '약간의 변화'에는 이전 앨범에서는 잘 신경 쓰지 않았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에서는 당시 K-POP에서 유행하던 '디스코 스타일'과 '트랩 비트'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오마이걸은 '우리가 트랜디한 걸그룹인가?' 하는 질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라는 싱글을 발매했다. 이 곡은 《NONSTOP》때의 분위기를 추구하는 싱글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고 매력을 줘야 할 반복적인 구성에 오히려 과도함 때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 그저 그랬다면 다음 앨범은 때 했던 것처럼 트랜디한 접근법으로 발랄함을 어필하지 않을까 예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게 되었다. 오마이걸의 두 번째 정규앨범《Real Love》는 복합적인 앨범이다. 타이틀곡은 타이틀곡대로 이야기할 거리가 있고 수록곡은 수록곡대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이번 앨범은 독특하게도 과 의 작곡가로 함께한 라이언 전(Ryan Jhun)이 9곡 중에서 7곡을 작곡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는 바로 직전의 앨범에서 모든 곡에 참여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앨범의 분위기를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나 , , 을 듣고 있으면 《Dear OHMYGIRL》에 수록된 곡들의 미니멀한 멜로디와 유사한 지점들을 지닌다. 그렇다면 먼저 타이틀곡 를 살펴보자. 이 곡만 들어봤을 때 오마이걸이 이번 앨범에서 선택한 것은 '분위기의 전환'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에 대한 '약간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보기도 애매한 지점에 있다. 그 약간이라는 단어가 의 트랜디함과는 거리가 있고 의 상큼함과도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선을 확장시켜서 《Dear OHMYGIRL》에서 선보였던 수록곡들의 확장판으로 보이며 발랄함보다는 차분함을 극대화해놓은 분위기의 연장선으로 생각된다. 결국 의 치명적인 문제는 너무 차분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곡의 도입부나 벌스에서는 기존의 오마이걸이 추구했던 상큼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볼 수 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곡의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신선함이 점차 사라져간다. 그리고 너무 정직한 곡이다. 요즘 대중음악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코러스가 단순하고 변주가 없고 템포가 느리다. 이러한 구조는 코러스를 오히려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심지어 인트로에서 코러스가 먼저 제시되는 곡이기에 이 반복은 다른 곡보다 한 번 더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 과연 타이틀곡으로 적합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여기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수록곡들은 혼전의 양상을 보인다.《Dear OHMYGIRL》을 높게 평가를 했던 것은 이유는 컨셉이 하나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곡의 분위기도 다 똑같은 것이 아닌 각자의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Dear OHMYGIRL》에서 영향받은 분위기와 함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는 라이언 전을 중심으로 하는 작곡가들이 SM 소속 가수들의 곡을 많이 썼던 경험을 살려서 오마이걸에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양성과 복합성은 앨범의 연결성을 해친다. 당장 1번 트랙인 와 의 간극은 상당히 크며 바로 이어지는 과 와의 간극도 벌어진 상태에서 앨범이 진행된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싱글 모음집으로 작동하고 있으며《Dear OHMYGIRL》에서 보여줬던 통일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싱글 단위로 봤을 때 오마이걸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사운드(, )나 수준 높은 곡(, , )들이 귀에 들려오기는 한다. 이 곡들을 따로따로 뜯어서 초점을 맞춘다고 했을 때는 그것만으로 도전 가치가 있다고 보지만 앨범으로 묶어진 상태로 발매되었기에 이를 분절시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오마이걸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오마이걸은 수록곡을 통해 다양한 색깔(기존+새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확실하다. 다만 타이틀곡에 한해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분위기의 전환'보다는 '분위기의 연장'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 느린 템포와 부드러움에 주목한다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조금 색다른 것은 이전의 시도들이 '약간의 변화'의 범주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보다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록곡에는 좋은 곡이 많다. 좋은 곡이 많다는 것을 과연 소속사에서 모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지만 를 선택한 것은 오마이걸에게 전성기를 선물해 줬던 분위기를 버리면서까지 전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 방황 끝에 발견한 오마이걸만의 분위기를 3년에 걸쳐 완성했는데 갑자기 SM느낌 나는 를 타이틀로 정해서 궤도를 바꿔버리는 일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결정이다. 분위기의 연장은 일반 대중들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줄 수는 있더라도 분위기 전환에 따른 위험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특히 오마이걸은 팬덤이 어느 정도 확립된 그룹으로 급격한 스타일의 변화가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오마이걸의 《Real Love》는 일반 대중들과 팬들의 평가가 서로 엇나가는 앨범으로 결론이 지어지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는 오마이걸에게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수록곡들도 많은 이야기를 담았지만 분위기를 통일하지 못해 각자 따로 작동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호불호의 늪에 빠져 오랜만에 대기가 불안정해진 오마이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