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벗어내는 과정 ] 01. 현업에서 일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판타지를 가장 많이 덜어낸 부분은 다름 아닌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 스토리텔링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벗어내는 과정 ] 01. 현업에서 일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판타지를 가장 많이 덜어낸 부분은 다름 아닌 '스토리텔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은 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좋은 스토리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세상의 직장인들이 다 CEO 급의 키노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02. 그래서인지 저 개인적으로는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N가지 법칙'같은 것은 그저 참고만 할 뿐 크게 의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저는 스토리텔링에 법칙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전통적인 스토리 라인을 따르지 않는 컨텐츠들도 많은 데다 다양성이 생명인 이야기 위에 법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오히려 더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03.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좋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2의 손흥민을 만들겠다', '한국형 일론 머스크를 키우겠다'하는 시도들은 어느 순간 민망할 정도로 그 힘을 잃어가지만, '좋은 인프라를 설계하겠다', '새로운 마인드 셋을 심겠다'라는 노력들은 훨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04. 저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 힘을 싣고, 또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역할로서의 롤 모델은 TED가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TED Talks 외에도 그간 TED가 '이야기'라는 대상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 또한 높게 사는 부분이고요. 05. 그래서 저는 스토리를 텔링 하기 위한 법칙들을 만들기 보다 '이야기를 가꾼다'는 측면에서 접근해 보기를 권합니다. 저는 이를 가드닝(Gardening)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같은 종의 식물이라도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키우느냐에 따라 그 성장 내용이 달라지듯이 이야기 또한 좋은 이야기가 자랄 수 있는 환경과 태도를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06. 그래서 TED가 30년 넘는 시간 동안 선보여온 여러 가지 이야기 포맷들 그리고 스피커와 스토리가 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펼쳐온 다양한 시도들이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 방법들을 우리 개개인에게 적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당장은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위한 N가지 법칙'이나 '프레젠테이션, 이것만 알면 됩니다' 같은 콘텐츠들이 매력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기능할 수 없다는 건 이제 다들 잘 아시잖아요. 07. 그러니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꾸고 관리하는 환경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들의 성장 배경을 되짚는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갑자기 영험한 이야기꾼의 능력이 내게 빙의될 거란 환상을 버리고 땅부터 고르고 씨부터 뿌리는 게 순서에 맞는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