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철학과 제품 철학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 ] 01. 일본 스시 장인에 관한 책을 읽다가 발견한 문장입니다. '위대한 가게들은 그 집에 경사(慶事)가 났는지, 조사(弔事)가 났는지 알 수 없
[ 자기 철학과 제품 철학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 ] 01. 일본 스시 장인에 관한 책을 읽다가 발견한 문장입니다. '위대한 가게들은 그 집에 경사(慶事)가 났는지, 조사(弔事)가 났는지 알 수 없다. 스시 밥알을 쥐는 손에 개인의 작은 감정이라도 실리면 손님들은 금세 알아채기 때문이다.' 02. 업무에 지나친 개인감정을 드러내선 안된다는 사실 정도는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다들 인지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브랜드를 만드는 입장이라면 이를 조금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철학과 제품 철학을 헷갈리곤 하거든요. 특히 아직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조직이나 사업장이라면 더 그런 경우가 많죠. 리더나 대표 한 명의 생각과 취향이 고스란히 제품에 반영되고 또 쉽게 변형되고 최악의 경우는 폐기되기도 하니까요. 03. PO나 PM의 철학이 제품에 투영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제품을 위한 별도의 철학이 존재해야 함이 맞습니다. 그래야 그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리더의 눈치가 아닌 제품의 비전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리더의 취향과는 별개로 제품 철학에 기반한 페르소나가 존재해야 제대로 된 브랜딩이 가능합니다. 04. 더불어 저는 대표나 리더가 SNS 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도 제품 철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리더 입장에서 정말 그 제품을 홍보하고 알리고 싶다면 제품의 계정에 올라와 있는 공식 컴을 기반으로 코멘트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아니라면 왜 이런 제품을 기획하게 되었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오너십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보충 설명하는 것이 유리한 것도 같고요. 가장 나쁜 예는 '나=우리 제품'이라는 관점으로 스스로를 제품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는 고객도 직원도 그 사람을 제품 자체로 오인하기 때문이죠. 05.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자기 객관화라고 합니다. 저는 이 자기 객관화야말로 마음가짐 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어차피 사람은 스스로를 객관화시키는데 너무 약한 존재니까요. 그래서 객관화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06. 얼마 전 만난 F&B 업계의 브랜드 마케터 분은 흔치 않게 당신 회사의 대표님 칭찬을 하셨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브랜드를 운영하시면서도 늘 외부로 나가는 당신의 짧은 코멘트 하나까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을 거친다는 거였습니다. 흔히 '이 멘트 좀 봐줘'라는 식의 명령 하달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게 우리 제품에 어울리는 워딩인가요?'라고 매번 확인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 직원이 외부 컴을 할 때는 브랜딩 팀을 거치고 서로 크로스체크하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해요. 오너십을 가진 대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권한과 책임을 프로세스 위에 태운 결과인 셈이죠. 07. 물론 애정이 큰 만큼 내 자식(?)이 곧 나인 것 같은 그 마음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자식이라는 존재가 그렇듯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각자의 객체가 되는 것이죠. 그러니 내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지언정 내 철학이 곧 제품 철학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08. 더불어 어느 순간 내 손을 떠난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가 기대했던 방향과 다르게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해도 그 자체를 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 있을 땐 저러지 않았다', '원래 저러라고 만든 거 아닌데!' 같은 말들이 여러분의 위상을 드높여주지도 않으니 말이죠.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싶다면 그건 오피셜 하게가 아닌, 현재 프로덕트 오너십을 가진 사람에게 조심히 전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09. 스웨덴에는 바이킹 시절부터 내려오는 속담이 있다고 하더군요. '부모란 아이가 태어나면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아기가 걷기 시작하면 가르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아이가 바다에 나가기 시작하면 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말 역시 부모로서의 자기 철학을 어느 순간에서 거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말이겠죠? 그러니 우리도 한번 조심히 스스로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만드는 브랜드, 서비스, 제품에 내 개인의 생각과 철학과 가치관을 무리하게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