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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심'은 잃으면 안 되는 건가요? ] 01. 10년 가까이 일을 해오는 동안 그래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 압권은 예상

[ '초심'은 잃으면 안 되는 건가요? ] 01. 10년 가까이 일을 해오는 동안 그래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중 압권은 예상치 못한 반문을 들을 때죠. 물론 저를 향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저에게 가장 임팩트를 준 말은 이 한 문장이었습니다. '근데 왜 초심은 잃으면 안 되는 거예요?' 02. 그러게요. 늘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면서도 이런 생각은 또 처음 해봅니다. 다들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잃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기지만 정말 우리에게 초심은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요? 물론 '초심을 유지하라'는 말이 처음에 가졌던 그 좋은 의도, 좋은 마음, 좋은 목표를 놓지 말자를 뜻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가끔은 이 말이 참 묘한 늬앙스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03. 개인적으로 브랜드나 서비스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피드백은 두 가지라고 보는데요, 하나는 '이거 누가 이따위로 기획했냐?'는 피드백이고 다른 하나는 '얘네들 초심 완전 잃었네'라는 피드백입니다. 어느 하나 정제된 것이 없는 날선 그대로의 반응이지만 그만큼 또 생각하게 되는 지점도 많은 거 같아요. 연예인이 악플 대하는 심정으로 그냥 무시하고만 넘길 수는 없는 게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해가는 사람들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04. 그중 '초심'은 참 다루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획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세상에 스스로 진화하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때마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가 늘 고민의 무대 한가운데로 등장하죠. 기존의 것들을 모두 끌어안고서 진화한다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05. 그리고 저는 이른바 초심이라고 불리는 '마인드 셋'도 항상 이 무대에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소비자나 사용자의 관점도 바뀌는데 그저 처음에 가졌던 그 목표와 애티튜드로 회귀하는 것만이 정답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건 개개인에게도 해당된다고 보는데요, 스스로 무엇인가가 무너졌다고 생각해서 다시 재정비의 시간을 찾는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지 그게 꼭 초심을 회복하는 과정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초심이라는 단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06. 가끔 과거의 어느 순간을 함께한 동료들과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죠. '야, 우리 그때니까 했지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해.' 맞습니다. 아마 지금 하라고 하면 몸과 마음 둘 중 그 어느 것도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서라기보다는 이제 그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배경지식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옵션들이 확보되었기 때문입니다. 07. 물론 그런 거 없이 소위 막 하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음은 저도 잘 알고 공감합니다. 용기와 호기로 중무장했던 과거로 돌아가면 큰 갈등 없이 일단 밀어붙여 볼 것 같다는 상상을 저 역시 자주 하거든요. 그러나 그건 초심이라기보다는 '그 때의 마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리소스를 총동원했고, 그때 내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해봤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무엇이 처음이었고 무엇이 정답이었는지를 구분하는 건 사실 오히려 더 집착에 가깝다고 봅니다. 08. 그래서 저는 이제 초심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늘어나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미 총명함을 잃었으니 그대들이 힘을 발휘해 보게나'라는 식의 멘트는 장난으로라도 내뱉지 않으려 하고요. 후배들에게는 그들의 '그때'가, 또 저에겐 저만의 '이때'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각자의 때에서 각자의 손에 집을 수 있는 것들로 마인드 셋을 재정비하면 그게 나다움을 잃지 않는 길이겠죠. 09. 어쩌면 초심이라는 건 지금에서야 뒤돌아보니 더 값져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에 부족한 것을 짚어가는 과정에서 그 부족함이 없거나 모르던 시절의 나를 만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원인이 무엇이건 중요한 건 '지금의 마음'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 대신 '지금의 마음에 집중하자'는 응원으로 마치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을 해집고 다니는 그 꿈틀거림들, 고민들, 두근거림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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