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업의 CEO가 필자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본인이 취임 후에 능력 있는 중간 리더들을 많이 영입하고, 각 부서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변화는 커녕 그 반대의
얼마 전 한 기업의 CEO가 필자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본인이 취임 후에 능력 있는 중간 리더들을 많이 영입하고, 각 부서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변화는 커녕 그 반대의 양상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직원들의 퇴사가 증가했고, KPI는 눈에 띄게 하락했으며, 심지어는 말도 안 되는 실수와 사고가 빈번해졌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CEO에게 반드시 확인해보라고 강조한 건 새로 영입한 능력자들의 특징, 바로 무례함이다. 왜냐하면 퇴사, 실적 하락, 말이 안 되는 실수가 동시에 발생한 상황에는, 대부분 무례함이라는 것이 거의 예외 없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 경영학 교수이면서 국내에는 이라는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크리스틴 포래스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포래스 교수는 능력 있고 건강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오랜 시간 직장 상사의 무례함에 노출되면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무례함이 구성원들을 얼마나 병들게 하고 업무 질을 떨어뜨리는지 연구를 시작한 걸로 유명하다. 포래스 교수의 연구를 요약하면, 상대방 특히 리더에게 무례한 지적과 비판을 받은 사람은 상당 기간 동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욕이 떨어진다. 더 심각한 것은 무례함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단순한 목격자에게도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불손하다(impolitely), 간섭하다(interrupt), 불쾌하다(obnoxious) 등 무례함과 관련된 단어를 15개 주고 그것을 사용해 문장을 만들게 하는 실험을 했고, 그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일반적인 단어들로 문장을 만든 비교군에 비해 무례한 단어들을 갖고 문장을 만든 참가자들은 해당 과제를 수행하는 중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실험이 곧 끝납니다’ 또는 ‘30초 남았습니다’ 등의 중요한 메시지를 훨씬 잘 놓쳤고, 그 비율은 거의 5배에 달했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다. 실험에서 무례한 단어들을 읽어야만 했던 참가자들은 ‘실험이 끝난 뒤 커피 또는 홍차 중 어느 것을 드시겠습니까?’와 같이 실험과 전혀 무관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만연하는 가장 큰 원인 역시 기강해이 보다는 조직 내 리더들의 무례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높은 지위의 의사가 소리를 지르는 수준의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굉장히 분명한 결과들이 관찰됐다.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투약한다던가, 수술 중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던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이 나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포래스 교수의 일침 하나를 더 전한다. 리더의 위치나 혹은 그에 근접한 사람들은 자신이 다소 무례하게 행동해야 리더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바라보는 사람들은 당당함과 예의 바름이 모두 갖춰져야만 상대방을 리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분명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야 하며 조직의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례함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겨내는 사람들을 더 높이 평가해주는 단호한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