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다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01. 예전에 북토크에 참여해 주신 분들 중 한 분께서 제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도 제 글을 갖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 '나다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01. 예전에 북토크에 참여해 주신 분들 중 한 분께서 제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도 제 글을 갖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런 질문들이 참 좋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는 말도 아니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도 아닌, '내 글을 갖고 싶다'는 니즈는 분명히 많은 고민을 거쳐 나온 질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분의 질문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드리면 '내 화법과 내 언어와 내 스타일을 가진 글을 쓰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02. 아마 커리어리에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글감을 찾는 저만의 방법이나 각자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룬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온전한 내 글쓰기 스타일을 정립한다는 것은 이와는 또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문학이나 신문 기사를 쓰는 게 아닌 이상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서의 글쓰기에 '나'를 드러낸다는 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일일 거고요. 03. 저는 우선 '내가 어떻게 접근하는 사람인지'와 '어떻게 풀어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인지'를 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체기가 내려가는 경우가 있죠. 저는 그게 꼭 상대방에게 답을 얻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 사람이 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 주는지 또 어떻게 풀어가기를 바라는지 함께 고민해 주는 게 오히려 더 큰 힘이 된다고 보거든요. 04. 저는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글 들, 내가 좋아하는 글들이 각자의 주제와 화두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주제도 아주 세심히 관찰해 디테일하게 접근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경험과 생각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상대를 그 속에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저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가가서 어떻게 다루는가'를 살펴보는 게 내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05. 글을 풀어내는 방식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건 꼭 어투나 단어, 쓰임새 같은 세부적인 요소를 보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사람이 초반에 던진 이야기들을 마지막까지 얼마나 힘 있게 끌고 가는지를 살피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설정한 질문들에 답을 하는 식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 줄 수도 있고, 처음에 제시한 통념이나 주장을 하나씩 지워나가도록 만드는 글도 있죠. 또 특별한 계기나 사건을 설명하며 자연스레 이해하도록 하는 타입도 있고,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며 우리가 몰랐던 것을 설명해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06. 그러니 나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정립한다는 것은 기교를 익히거나 특정한 문체를 흉내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나답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역시 이 과정을 들여다보며 점점 글쓴이와 내가 가까워지는 경험들을 느끼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반대로 내가 그 과정을 설계할 수 있어야 누군가로 하여금 내 글이 좋아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07.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글이라면 '정제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설에 가까울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워딩들만 풀어놓거나 혹은 자기 감탄에 못 이겨 스스로 취해 고꾸라지는 글들을 보면 심각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니까요. 적어도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감정에 공감하고 어떤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지를 예측해 보고 이를 목표삼아 쓰는 글이 나다운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08. 마지막으로 내 글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면 좋습니다. 심지어 저는 가끔 사사분면 위에 제 글쓰기 스타일을 올려보기도 하는데요, 어떤 사람에 비해 내 글의 톤이 강한지 약한지, 쉬운지 어려운지부터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지 가벼운 소재로 글을 쓰는지, 일정한 답에 수렴하도록 하는지 관점을 열어놓고 더 생각할 거리를 주는지도 살펴봅니다. 이건 꼭 그런 목표로 글을 쓰겠다는 것보다 적어도 내 글이 다른 글과 비교하면 어떤 느낌으로 여겨질지를 예상해 보기 위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09. 저도 글 쓰는 걸 참 좋아하지만 글 쓰는 게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더 나 다운 글을 쓰고 싶기도 하고요. 예전에 모델이자 방송인인 배정남 님이 '어떻게 하면 옷을 잘 입을 수 있느냐'하는 동료 연예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신 게 기억납니다. '그그는 지금 생각할 문제가 아이다. 잘 입을라고 하지 말고 마이 입어봐야 되는기라. 남들은 우째 입나 자세히 보고, 아 나도 저래 함 입어보까? 하면서 츄라이(try)해보고, 아 요기서 요래 입으면 쪼매 폼이 더 날랑가? 하면서 변화도 주고. 그라다보면 이제 어느 순간 내 스타일이 생기는 그그등.' 10. 그러게요. 그러고 보면 글도 패션도 내 스타일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가늠자 위에 나를 올려보는 게 먼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