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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을 전시하는 공간 : 하우스비전 2022에 대해 ] 01. 도쿄, 상하이 등에서 많은 호평이 이어졌던 전시가 우리나라에서도 개최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평생 가본적 없는 충북 진천이란 곳

[ 관점을 전시하는 공간 : 하우스비전 2022에 대해 ] 01. 도쿄, 상하이 등에서 많은 호평이 이어졌던 전시가 우리나라에서도 개최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평생 가본적 없는 충북 진천이란 곳에 내려가 이 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왔습니다. '집'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온 전시가 우리나라에서는 '농(農)'이라는 화두를 만나 새롭게 해석되는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02. 그러고 보면 늘 '농촌'이라는 단어에는 알게 모르게 촌스러운 반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처럼 '촌(村)'이라는 단어를 떼어내니 '농(農)'이라는 개념이 훨씬 도드라져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농'은 꼭 '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구나. 촌의 개념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집을 짓고, 스마트한 Farm을 가꾸고, 다양한 인프라와 문화를 자신에게 맞게 설계해서 살 수 있으면 그것도 너무 좋겠다'는 또 하나의 관점이 열린 것이죠. 03.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디어에서는 늘 '귀농'이라는 주제를 마치 도시의 첨단 문화에 염증이 나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조용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의 대안으로 소개해왔던 것 같습니다. 마치 하루아침에 도시에서의 모든 식생활과 문화생활을 포기하고 자연인의 삶을 택한 사람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게 불편했을지도 모르겠고요. 04. 이 전시를 통해서도 느낀 것이지만 저는 이제는 '취향과 삶의 모듈화'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그 나라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내가 다른 지역에서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했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들과 모두 작별을 고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새로 정착한 곳에서는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의 크기가 도시와 국가의 퀄리티를 말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05. 지역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동화(同和)되다'는 단어가 한편으로는 참 좋고 한편으로는 참 무서운 단어인 것 같은데요, 우리가 어느 지역에 이동해서 산다고 해서 그 지역에 모두 동화될 필요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늘 이방인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때론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또 무엇을 잘라낼지에 대한 선택권이 자유로워야 어딘가로 이동해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동네 좋으니까 오십쇼!'라는 메시지도 좋지만 '우리 동네는 당신의 취향을 레고처럼 쌓아가며 살 수 있는 곳입니다!'라는 인식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06. 이 전시에 일부분을 함께 기획한 하라 켄야는 '집이란 산업의 교차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통신, 이동, 물류, 커뮤니티 등 다양한 산업의 가치와 요소들이 집과 연결된다는 것이죠. 저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하나 보태자면 저는 '집이란 가치의 교차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동산의 가치와 초등학교를 포기할 수 없는 학부모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그와 동시에 터져 나오는 개인적인 욕망들 (중정, 테라스, 복층, 갤러리, 짐, 주차장......)이 산업보다는 몇 배 더 복찹한 교차로에 우리를 데려다 놓기 때문이죠. 07. 그래서 저는 가끔 이렇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주는 것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런 데가 핫하대'라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시각을 갖게 해주는 전시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요. 08.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의 동선이 짜임새 있지 못하다는 게 대표적이었던 것 같아요. 전시 초입에서 던진 여러 화두들을 제대로 주워 담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정확히는 어디가 마무리인지도 못 느낄 만큼 애매하게 둔 피날레가 아쉬웠습니다. (그게 열린 결말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저는 그 문도 안 열리던데요...) 한편으로는 공간이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촘촘한 동선을 세울 필요가 없어서 좀 느슨한 설계가 된 것은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러니 혹시 가게 되신다면 중간중간 헐겁게 느껴지는 동선의 부족함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획 훈련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09. 그래도 저는 이런 전시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처음 가본 진천에서 난생처음 가장 진지하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왔거든요. 그리고 찾아보니 진천은 예로부터 자신들의 지역을 '생거진천(生居鎭川)'으로 불렀더군요. 살아 머물 곳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동네라니.. 마을 초입에 대형 특산물 조형물 세우는 것보다 이렇게 자기다움을 바로 세우는 지역들이 훨씬 더 호감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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