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가장 중시되는 가치는 효율성이다. 이윤 창출을 위해 모인 집단이니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팔아서 높은 수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회사에선 개개인의 감정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직장에서 가장 중시되는 가치는 효율성이다. 이윤 창출을 위해 모인 집단이니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팔아서 높은 수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회사에선 개개인의 감정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나의 여러가지 자아 중 가장 그럴듯한 자아를 골라서 내보인다.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감추는 일들이 ‘사회생활’로 여겨진다. 미국 유타대 연구진은 일상 생활에서의 감정표현 억제가 실행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대학생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실행기능이란 최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전략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알고 적용하는 기능이다. 두뇌의 여러 기능을 종합해서 실행하게 만드는 기능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에 해당한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기간은 지난 2주일 동안과 실험 당일 등 2가지 경우로 나눴다. 그 결과 실험 당일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정도가 심했던 참가자들의 실행기능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2주 동안의 감정표현 억제는 실행기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결국 실험 당일의 감정표현 억제가 실행기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검증됐다. 감정표현 억제가 실행기능을 저하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실행기능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행기능은 어떤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세운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신을 감시하고 조절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활하고 일을 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실행기능은 두뇌의 다른 기능보다 인지자원을 많이 소모한다. 인지자원은 뇌의 인지작용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어떤 일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실행기능에 인지자원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것도 실행기능 중 하나라서 인지자원이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감정표현을 억누르는데 인지자원을 다 써버리면 다른 실행기능에 필요한 인지자원이 부족해진다. 그러니 감정표현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다른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직장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협업해서 분명한 성과를 산출해야 하는 일터이다. 그렇기에 시시각각 느끼는 모든 감정을 표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 연구 결과는 생산성의 측면으로 봐도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직원들이 적절한 감정표현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감정을 단순히 숨기는 게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내는 것이 더 생산적인 방법이다.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임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임직원들이 직원들의 실행기능이 최적의 수준에서 발휘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들의 감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감성 지능(EQ)의 선구자인 예일대 심리학 교수 샐로비와 뉴햄프셔대학 심리학 교수 존 메이어는 리더의 감성 역량을 중요한 리더십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서 감성 지능(EQ)이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활용하며, 감정과 관련된 지식들을 보유하고,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알맞게 표현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조직의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리더 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모니터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구글(Google)은 ‘내면 검색(Search inside yourslef)’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감성지능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 타임지에도 보도가 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구글 직원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스트스 등의 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보통 ‘감정’이라는 단어는 비이성적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자신의 감정을 노출하는 이들에게 사회, 특히 회사는 “철없다”는 말로 응수하곤 한다. 그러나 본인의 감정을 영원히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정적 감정을 내면으로 돌리면서 오늘 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순간의 감정들을 지혜롭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잠시 들여봐주는 사소함이 생산성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결국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받길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