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 '자기다움'과 '살아남기' 사이의 딜레마 ] 01. 스타벅스에 대한 이상기류가 가볍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미국 본사가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을 모두 인수한 이마트가 발 빠른 변화들

[ '자기다움'과 '살아남기' 사이의 딜레마 ] 01. 스타벅스에 대한 이상기류가 가볍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미국 본사가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을 모두 인수한 이마트가 발 빠른 변화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F&B 업계는 이런 빅딜이 오고 가도 소비자가 경영에 관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아, 이 브랜드가 거기 거였어?'라던가 '그럼 여기랑 저기랑 같은 회사야?'하는 식으로 뒤늦게 먹이사슬을 파악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02. 그런데 이번 스타벅스의 사례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갖는 위상은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지난 30년간의 대한민국 커피 역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나마 카페오레, 비엔나커피 정도에나 익숙했던 X세대에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라는 복음을 전파한 것도 스타벅스였고, 지각을 하는 한이 있어도 손에 커피 한 잔은 들려있어야 한다는 커피 대중화론의 한 가운데에도 스타벅스가 있었으며, 원가 논란, 굿즈 논란, 닉네임 논란, 가격 인상 논란, 출점 전략 논란, 된장남녀 논란, 크리스마스 컵 디자인 논란, 고가 텀블러 논란, 종이 빨대 논란까지 커피와 직간적접으로 엮인 모든 논란에는 스타벅스가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03. 하지만 이런 애증의 역사 속에서도 스타벅스는 늘 훌륭한 브랜드였습니다. 그 이유는 결국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인 '스타벅스다움'을 잘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갖은 논란이 불거져도 '스타벅스에 가면 내가 기대하는 분위기의 공간과 음료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강하게 묶어주고 있었던 셈이죠. 04. 그 와중에 스타벅스는 변화도 스타벅스답게 잘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도입한 사이렌 오더나 대로변 외에도 고층 빌딩의 핫 코너에 영민하게 녹아드는 전략은 우리나라 시장을 잘 이해하고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라고 평가받으니까요. 스타벅스를 혁신적이지 않은 기업이라고 몰아세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입니다. 05. 그러나 최근에 진행된 '좋아하는 걸 좋아해' 캠페인은 저도 좀 놀랐습니다. 저희 집 주변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앞을 지나며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텍스트가 벽면 한가득 래핑 된 걸 보고 '여기 공사하나? 가림막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그 와중에 '에이.. 스벅이 공사한다고 저런 이상한 가림막을 설치할 리가 없지'라고 생각했다니까요..) 게다가 매장 내부 곳곳에 설치된 의미 없는 POP와 커튼월, 스타벅스 크루 유니폼 뒷면에 새겨진 워딩은 우리가 알던 스타벅스에서 엄청난 낯설음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06. 반면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와 스타벅스가 진짜 브랜딩을 잘해오긴 했구나'라고 생각한 게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건 스벅스러운 게 아니야!'라고 외치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스타벅스가 잘 하고 있을 때는 왜 그렇게 본인이 스타벅스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지만, 그들이 조금이라도 자기다움에서 벗어나면 '이건 스타벅스가 아니잖아'라고 반응할 수 있는 DNA가 생성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적어도 스타벅스는 새로운 시도를 어떤 방향으로 해나가야 할지 이정표는 확보한 것이라고도 보이네요. 07.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 무수히 많은 커피 브랜드가 있어도 그들이 어떤 브랜딩을 하든 어떤 마케팅을 하든 대부분은 관심이 없잖아요. 못했다고 혼내는 사람도 없고 너희답지 않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매출, 맛, 퀄리티, 접근성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도 '팬덤'이라는 요소는 오직 스타벅스에나 가능했던 거라는 게 반증된 셈이기도 합니다. 08. 앞으로도 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겠지만 저는 이 여정을 철저히 브랜딩 관점에서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정말 신세계가 자신들의 유니버스 안에 스타벅스를 녹여내는 세계 최초의 시도를 성공으로 장식할지, 아니면 잠깐의 일탈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팬덤의 품으로 돌아와 그들을 안심시키는 전략으로 갈지 대단히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앞으로의 1-2년이 매우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시리라 생각됩니다. 09.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지킬 것을 지킨다'는 것과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한다'는 명제 사이의 가치 판단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인식을 다루는 브랜딩이란 세계에서는 그 가혹함이 조금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만이 좋은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인 것을요.

알림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