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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이야말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것이죠. ] 01. 얼마 전 '자기 선언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의 행보를 보니 이 말은 비단 개인에게만 적용

[ 원칙이야말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것이죠. ] 01. 얼마 전 '자기 선언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의 행보를 보니 이 말은 비단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기업에게도, 나아가 한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02. 이른바 '규칙없음'의 상징이자 자유로운 기업문화의 대표주자였던 넷플릭스가 관리와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로 선회할 것을 내비쳤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넷플릭스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자 최고 콘텐츠 책임자이기도 한 테드 사란도스는 최근 내부에 업데이트 한 넷플릭스의 컬처 코드를 통해 체질 개선과 책임 문화의 강화를 강조했죠. 즉 이제 자유도는 낮추고 관리와 책임을 내세우겠다는 겁니다. 03. 사실 이건 넷플릭스만의 기조라기보다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IT 산업의 전체 행보이기도 합니다. 과거 100년, 200년을 이끌 기업 철학을 만들어 이를 첨병 삼아 뚜벅뚜벅 걷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불과 5년 앞, 10년 앞의 변화를 예측해가며 방망이를 짧게 잡는 타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04. 그래서 기업들도 자기 선언에 매몰되지 않아야 함이 분명합니다. 물론 좋은 가치들은 오랫동안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 우리의 생사가 걸려있는 예민한 문제 앞에서는 과거의 목표 및 문화와도 과감히 결별할 줄 아는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앞으로의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05. 예전에 애플의 팀 쿡 CEO가 이런 말을 했었죠. '원칙은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그게 원칙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방법이다.' 저는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비롯한 모든 조직에는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 게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는 안되는 거니까요. 그러니 건강한 원칙이라는 건 어쩌면 외부의 변화를 수용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06. 정말 정말 예전의 일입니다. (심지어 제가 정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광고 회사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때 한 클라이언트가 '앞으로 100년을 쓸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업의 비전과 미션 스테이트먼트, 밸류와 슬로건을 새로 세팅하는 작업이었죠. 며칠 뒤 제안 PT를 위한 브리핑에 다녀오신 팀장님께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말씀이 기억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100년 쓸 슬로건을 만든다면 그건 사기다. 우린 빠지자.' 07. 나중에 TV를 보니 다른 경쟁사에서 만든 슬로건이 등장하긴 했습니다만, 정확히 6년 뒤에 그 회사는 슬로건은 물론이고 회사의 사명까지 다시 바꿨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했죠. 차라리 10년 앞을 준비하자고 했으면 적어도 6년 이상은 갔을 수도 있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08. 저는 최근 보이는 넷플릭스의 행보도,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IT 산업의 생태계도 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모양새일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가면 몇 년 앞을 준비하기 위한 디톡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무엇보다 그런 솔직한 태도와 자기 성찰이 기업 생존의 첫 번째 요소라고 보거든요. 09. 그리고 이런 교훈은 우리 회사, 우리 팀, 하물며 나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어제는 이렇게 하랬다가 오늘은 왜 또 바꾸고 난리야'라는 그 짜증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과 그게 나와 우리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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