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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0. 9. 8 Title 3. 번아웃과 이직에 대한 본질 0

[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0. 9. 8 Title 3. 번아웃과 이직에 대한 본질 01. 알고 보면 별일 아닌데 최근 들어 이상한 일들을 겪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았는데 정신줄이 팅- 하고 나가거나, 조그마한 일이 주어졌음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거나,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패닉에 빠지거나, 하는 일들 따위다. 예전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만한 작은 업무를 요청받을 때,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나오거나 한숨이 나온다. 과도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로 체력과 멘탈이 약해진 탓이다. 몇 개월 전에 회사 동갑내기 친구가 나와 똑같은 증상을 겪다가 퇴사했다. 자기 말로는 번아웃이 와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 나도 지금, 어쩌면, 번아웃이 온 것 같다. 02. 번아웃의 원인 확실히 이전보다 업무 강도가 세졌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나만 할 줄 아는 일이라 나에게 성과를 요구한다. 내가 올 초에 바라던 송곳 같은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왜 번아웃을 겪고 있을까? 원인을 따지자면, 이런 원인들이 있는 것 같다. ● 평균 60시간 이상의 긴 노동시간 ● 과제기획, 신제품 런칭에 따른 스프린트 업무의 연속 ● 추가보상과 인센티브 없음 ● 평균 대비 낮은 기본급 ●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도 하락 쓰고 보니까 회사 잘못 들어왔나 싶기도 하지만,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내가 내 발로 원해서 들어온 회사인데다가 얻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얻었다. 커리어가 꼬인 것도 있지만. 그동안 내 열정으로 나를 태워 업무를 견뎌냈다면 지금은 좀 달라졌다. 이직에 대한 생각이 마음 한켠에 진지하게 자리를 잡았다. 03. 이직 = 번아웃 탈출? 누구나 힘들면 한 번쯤 이직을 생각한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이직이 지금 불행한 원인을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한다. '이직하면 워라밸 지킬 수 있겠지' '이직하면 돈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지' '이직하면 추가 수당 받고 일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이직에 대해 막연한 희망과 보상심리를 갖게 해 지금을 더 불행하게 만들어버린다. 더 이직하고 싶게 만드는, 내가 만들어 내는 농간인 것이다. 이직은 번아웃에 대한 해결방안이 아니다. 이직은 천국으로 가는 열쇠가 아니다. 그곳 역시 현실에 존재하는 회사인 만큼 나름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막말로 회사치고 안 힘든 곳 없다. 돈 더 받을 수 있어도, 그게 정말 좋은 선택일지는 글쎄. 만약 번아웃 상태에서 이직을 생각하는 거라면 좋은 선택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번아웃 상태에서 이직은 '도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도 번아웃은 이어질 수 있다. 04. 나는 일을 왜 하는가? 누군가는 일에 대해 '회사는 원래 뭐같은 곳이니 기왕이면 일 적게 하면서 돈 많이 주고 복지 좋은 곳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철학을 존중한다. 나는 '일'이 내 인생에서 상당히 큰 가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관점(연봉과 인센티브) 삶의 관점(워라밸과 복지)보다 일 자체의 성질과 즐거움, 영향력 같은 걸 더 우선시한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와 2년 가까이 버틴 이유는 에너지 분야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고를 때 '수익성, 디자인성, 공익성'을 띄는 사업을 하는 회사 위주로 지원했다. 그래야 내가 일을 일답게 느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익성을 띠는 분야로 에너지에 관심이 생겨 에너지 스타트업에 지원해 들어왔다. 단지 그 이유였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달라졌다. 배우고 싶은 분야가 달라졌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깊게 다루고 싶고, B2C 앱 서비스를 하고 싶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번아웃이 왔다는 것도 사실은 에너지 분야에 흥미를 잃어 지쳐버렸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뭘 더 하겠나. 그러니 스트레스만 늘 뿐이다. 이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의 본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직을 고민하는 것도 꼭 번아웃 때문만은 아니다. 입사할 때부터 2년 정도 하고 이직할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으니 말이다. 청내공(청년내일채움공제)을 2년 짜리로 신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렇다고 번아웃의 원인들이 부차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것들도 분명히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내가 이직을 한다 하더라도 돈을 많이 주거나, 높은 직급으로 우대해 주거나, 워라밸이 좋거나, 추가 수당을 주는 회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일을 즐겁게 생각할만한 가치를 주는 회사.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줄 수 있는 회사.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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