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1. 6. 7 Title 11. 팀장 기다리다 팀장 된 썰
[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1. 6. 7 Title 11. 팀장 기다리다 팀장 된 썰 1. 팀장 못 온대 회사 조직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크게 실장이 있고, 그 밑에 여러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프로덕트실의 서비스 기획팀으로 들어왔다. 원래는 디자인팀과 개발팀만 있었는데, 서비스 기획팀이 이번에 신설되었다. 해서 들어올 때는 프로덕트 실장님과 면접을 봤다. 실장님은 서비스 기획 팀장을 뽑고 있는 중이고, 곧 들어올 예정이라 했다. 나로서는 서비스 기획팀이 신설된 데다가 팀장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 있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다지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던지라 일단 들어왔다. 처음 한 달은 괜찮았다. 먼저 들어온 팀원이 한 명 있었고, 팀장도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 발생. 갑자기 온다고 했던 팀장이 못 온다고 연락이 왔단다. 면접을 계속 보고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래. 그러던 와중에. 들어온 팀원이 갑자기 사정 생겨서 나간대. 이거...탈주각....? 인생은 예정대로 되는 게 없다. 2. 실장도 나갈 줄은 몰랐지 그래.. 오케이. 팀장은 뽑으면 되고. 동기 나간 건 아쉬웠지만, 더 좋은 사람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 회사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사람들도 좋았다. 다른 스타트업처럼 IT스럽다거나, 아주 빠르게 성장한다는 느낌은 좀 없지만. 처음으로 느껴보는 환상적인 워라밸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워크 레벨은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나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요즘 정신 상태가 평온한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듣게 된 놀라운 사실. 실장님이 사실 정직원이 아니라 계약직이었다는 것!! 더 놀라운 건, 곧 그만둘 거라 한다. 심지어 이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거라 충격이 더 컸다. 이건, 진짜 탈주각인가..? 3. 김팀장님 하실례예? 그러던 와중에 나한테 슬쩍 물어봤다. '혹시 팀장 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이 싸람이, 팀장 뽑으려다 안 뽑히니까 나한테 대충 떠넘기고 가려 그러나. 뭐지? ㅋㅋㅋ 처음엔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한 5초쯤 침묵을 지키다가 "뭐,, 하려면 할 수 있죠." 그리고 다음 날 정식으로 팀장 오퍼를 주셨다. 대표와도 합의가 끝난 사항이란다. 도대체 왜? 나는 아직 온 지 두 달도 안 되었고, 대표와는 제대로 말 한 번 섞어보지 못했는데 뭘 보고 날 팀장으로??? 여러 이유를 말해주셨다. 똑똑하다. 어지간한 팀장 데리고 오면 내가 나갈 것 같다. 잠재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위를 열어두면 잘 할 것 같다. 기타 등등. 대표에게는 똑똑한 점이 어필되었던 것 같다. 나 생각보다 안 똑똑한데... 사람은 그럴싸한 척을 하는 게 아주 잘 먹힌다는 걸 다시 느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다 물어봤다.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다 했더니 한결같이 '잘 됐다! 너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다'라는 반응이었다. 저도 우선은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만,,, 단 한 명도 탈주하라는 말을 해주지 않아 의아했다. 내가 실장도, 팀원도 없는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아서 그런 건가. 아무튼, 수락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팀장직은 나쁘지 않다. 내 학력, 경력을 다 따져봤을 때 동일 연차 대비 뛰어난 퍼포먼스를 내야 경쟁력이 생긴다. 그런 측면에서 팀장은 나를 증명해낼 좋은 환경이다. 연봉 쥐꼬리맨큼 올리고 스톡옵션 조금 받았다. 끌끌. 난 연봉협상을 더럽게 못한다. 이래서 사업 하겠누. 리더십 회의에 들어가니 내가 진짜 회사에서 중역을 맡았다는 게 체감되었다. 팀별 월간 성과 보고 같은 거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단 말이야. 이런 기분 처음이야. 무튼, 기획자 3년 차에 팀장 기다리다 팀장 되었단 그런 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