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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애플이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아직도 아이팟을 팔고 있었어?”하며 놀란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

지난달 애플이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아직도 아이팟을 팔고 있었어?”하며 놀란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 이번에 애플이 재고 소진 때까지만 아이팟을 판다고 발표하자 아이팟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이 매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단종되는 제품을 구매한다는 건 그만큼 이 기기가 깊은 팬덤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어떤 팬도 애플만큼 아이팟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을 것이다. 아이팟이 음악 듣는 방법을 바꿨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팟이 바꾼 건 애플이었다. ‘아이폰이 세상을 바꿨다’고 하지만, 사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된 것은 아이팟 덕분이다. ‘애플을 현재 기업 가치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들어준 많은 요인의 출발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아이팟에서 만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아이팟은 어떻게 지금의 애플을 탄생시켰을까? 이를 알려면 아이팟이 처음 나온 2001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컴퓨터 메이커로서의 애플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틈새시장을 노리는 ‘영원한 2인자’ 취급을 받았다. 애플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이를 뒤집기는 불가능했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포화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하고, 그런 돌파구는 보통 자기들이 이미 잘하는 부문에서 나온다. 가령 시장 포화를 내다본 우버가 ‘우버 이츠’로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든 게 그렇다(현재 우버이츠의 매출은 우버 라이드 매출을 추월했다). 물론 업계에서 들고 다니는(hand-held) 기기가 다음 번 시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애플은 1993년 ‘뉴턴’이라는 PDA를 선보였다가 냉담한 시장 반응 때문에 퇴출시킨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차세대 휴대용 기기로 MP3 플레이어를 고른 건 혁명이라기보다는 안전한 선택에 가까웠다. 1990년대 당시 MP3 기기는 매우 흔했다. 애플은 그런 기기가 “크고 불편하거나, 작고 쓸모없다”고 판단했고,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조건 작다고 좋은 게 아니라 손에 든 채 조작이 편리해야 했고, 그렇게 크기와 모양이 결정된 후에는 내부에 최대의 용량과 기능을 집어넣어야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1세대 아이팟은 클릭휠이라는, 획기적인 UI로 대중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때까지 MP3 플레이어는 곡(曲) 찾기가 고문에 가까웠는데, 클릭휠이 이것을 직관적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에 주력하던 애플은 아이팟을 만드는 과정에서 휴대용 기기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방법론을 습득하게 된다. ‘기기를 조작하는 방법=누르는 버튼’이 지배적이던 시절에 표면을 문지르듯 만지고 누른다는 새로운 발상은 훗날 애플의 휴대기기를 특징짓는 창의적 UI, 물리적 조작법의 계보를 타고 흐른다. 현재 애플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아이폰이 그 대표적 수혜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기기 바깥에서 일어났다. 섬세한 설계와 고품질을 자랑하는 애플 기기는 예나 지금이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다. 따라서 애플은 소비자를 자기네 생태계로 이끌어주는 저가 기기가 필요했고, 그런 기기를 통해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파는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했다. 전자가 아이팟이라면, 후자는 그런 아이팟을 지원하는 아이튠스(iTunes)라는 플랫폼이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튠스’ 콤비를 통해 단번에 음악 판매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저렴한 기기를 통한 콘텐츠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훗날 아마존이 e북 리더인 킨들을 통해서도 따라 했을 만큼 뛰어난 전략이었고, 기기 제조와 판매에 주력하던 애플이 매출원을 다각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렇다고 2001년 아이팟이 나오자마자 히트했던 건 아니다. 400달러에 이르는 MP3는 여전히 비쌌고 판매는 그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인기가 폭발하기 시작한 건 2004년 아이팟 미니와 2005년 아이팟 나노가 나왔을 때였고, 무엇보다 (잡스가 망설였던) 윈도용 아이튠스 출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금 보면 아이팟 출시가 천재의 한 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결과였다. 아이팟은 그 자체로 혁명적 제품이라기보단 애플이 새로운 영역에 진입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학습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프로세스를 갖추게 해준 제품이다. 애플은 아이팟으로 월척을 하나 낚았다기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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