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의 보도자료를 써보자 ] 01.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마케팅이나 브랜딩 목표를 성실히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 여기서 말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우리 마케팅 팀', '우리 브
[ 가상의 보도자료를 써보자 ] 01.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마케팅이나 브랜딩 목표를 성실히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 여기서 말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우리 마케팅 팀', '우리 브랜딩 팀'이 아니라 작게는 유관 부서, 크게는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곳에서는) 회사 전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관련 일과 조금 멀리 있는 사람들이라도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알려지고 브랜딩 되어가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있으면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02. 하지만 마케팅이나 브랜딩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PPT를 통한 발표나 불릿 포인트 형식의 어젠다 공유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목표보다 실행 방식에 집중한 공유는 더더욱 그렇죠. 상세한 퍼포먼스 마케팅 수단이나 브랜딩에 적용된 요소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머릿속에 목적지와 현재 위치를 명확히 짚어주는 일입니다. 03. 그렇다고 PPT 발표나 핵심 요약 공유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더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가상(hypothetic)의 보도자료' 쓰곤 합니다. 당연히 실제 배포되는 보도자료는 아닙니다. 그저 제가 전달하고 강조하고픈 이야기를 내러티브가 있는 줄글로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셈이니까요. 04. 대신 정말 디테일하게 써봅니다. 실제와 같이 소제목을 잡고 상단의 기사요 약도 3-4줄로 완성해 봅니다. 굳이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나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발표'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PPT의 맹점 중 하나는 그 장표를 보고 있으면 만든 나는 이해가 가지만 쳐다보는 청중들은 그 정도까지 생생하게 상상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05. 하지만 나는 '이렇게 친절하게 도식과 통계와 이미지와 텍스트를 넣어줬으니 이해를 하고도 남겠지'라는 생각으로 신나게 설명하죠. 마치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오로지 나만 혼자 먹어본 음식에 대해서 그 맛과 경험을 설명하는 것처럼요. 06. 가상의 보도자료를 쓰다 보면 이런 대중의 반응치를 어느 정도는 미리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전달하고픈 포인트가 무엇이고 사람들에게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정확히 반영되니까요. 그럼 설사 PPT나 불릿 포인트를 사용하더라도 내가 어떤 단어를 써야 하고 어떤 내러티브로 설명해야 하는지가 더 상세히 그려집니다. 07. 이건 이른바 글빨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려한 글쓰기도 아니고 집요하게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기획 기사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나 스스로 빈틈을 먼저 발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이 되는 작업을 하기 위함입니다. 08. 그래도 혹시 키보드를 두드리기조차 겁이 난다면 일반적인 홍보 기사들의 포맷을 활용해 봐도 좋습니다. 매일 아침 여러분의 메일함에 꽂히는 자사 보도자료를 각색해 봐도 좋구요. 여러분이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런칭되어 언론에 소개가 된다면 어떤 포인트에서 어떻게 다뤄졌으면 좋겠는지, 또 어느 기자가 그동안의 우리가 걸어온 여정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다면 어떤 Q&A들을 넣고 뺄 수 있는지를 상상해 보세요. 그럼 분명 기존의 PPT와는 다른 방식의 문서 공유가 가능할 겁니다. 09. 저는 본인도 아직 정리 못한 사항을 어떻게든 산출물로 뽑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무책임하다고도 느껴집니다. 세상엔 진행해가면서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그전에 나부터 잘 이해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무작정 '이거 재밌겠다!', '우리도 이거 한번 해봐야지!'하기 전에 우선 스스로를 설득하는 글을 짧게라도 써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