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리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 ③ - '캐릭터'에 대하여 ] 01.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벤투 감독이 2018년 한국에 처음 부임했을 때입니다.
[ 좋은 리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 ③ - '캐릭터'에 대하여 ] 01.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며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벤투 감독이 2018년 한국에 처음 부임했을 때입니다. 기자 한 분이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려 하느냐?'라고 묻자 벤투 감독은 '그게 무슨 말인가?'라며 되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했죠. '나는 승리를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목표를 위해서 매 순간 해야하는 것을 할 뿐이지 나 자체가 어떤 감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02. 세상에는 리더의 캐릭터나 유형을 분석한 책이 무수히 많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책들이 흥미롭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실제 읽으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죠. 하지만 가끔씩 본인을 '나는 ~ 이런 유형의 리더다'라고 쉽게 규정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우려스런 마음이 먼저 앞섭니다. 바야흐로 주캐든 부캐든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건 참 중요한 시대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본인을 하나의 캐릭터에 가두는 것은 썩 유리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 걱정은 더 커지게 되죠. 03. 먼저 반문에 대한 대답부터 하겠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없는 리더가 좋은 리더란 말이냐?'라고 물으면 저 역시 확고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신 리더가 쌓아온 커리어와 경험치를 바탕으로 타인이 부여하고 해석하는 캐릭터 대신 자기 스스로가 '나는 이런 리더가 되어야지'라며 이상형을 설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란 얘깁니다. 04. 소통의 리더십, 나노 리더십, 크리에이티브 리더십 등을 시작으로 공자, 맹자 나중엔 엄마, 아빠까지 불려 나오는 리더십의 수식어들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리더십에 대한 허기가 더 짙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누구도 하나의 이상적인 리더십을 규정할 수 없기에 이렇게나 다양한 가치들이 생겨날 수 있는 거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죠. 05. 그래서 저는 이른바 '컨셉을 잡으려는 리더'는 하루 빨리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이상형을 설정하기 전에 우리 팀, 우리 조직이 어떤 목표 아래 어떤 컬러를 갖춰야 생존에 유리한지를 먼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고민을 집요하게 하다 보면 리더인 내 역할이 단 하나로 귀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더 깊이 공감하게 될 테니까요. 06. 더불어 저는 '우리 조직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받아와 뿌리고, 필요할 때 의사결정해 주고, 떠난 자리에 새사람 데려와 앉히는 것만이 리더의 역할은 아닙니다. (물론 이것만 제대로 잘해줘도 충분히 훌륭한 리더인 것은 맞습니다...) 리더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팀의 움직임을 트래킹 하며 조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리드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일을 맡겨만 놓지 말고 그 일이 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다. 07. 좋은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욕심이 이상한 목표나 이상한 컨셉놀이로 이어지면 그건 결코 팀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나의 캐릭터를 예측하게 할만한 언행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보다는 눈앞의 일을 하나라도 제대로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러분의 캐릭터는 훗날 저절로 부여될 겁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야말로 여러분의 진짜 캐릭터일 테니 벌써부터 원하는 아이템을 집으려는 건 일러도 너무 이릅니다. 08. 다시 벤투 감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벤투 감독은 '점유율 축구', '빌드업 축구'라는 타이틀로 국내 최장수 외국인 사령탑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부임할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그는 어떤 컨셉의 축구도 강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경기를 주도해 승리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강조했고 상대팀의 전력과 우리 팀의 스쿼드에 따라 늘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리고 월드컵 본생행을 이끌며 의미 있는 결과를 꾸준히 내고 있는 중입니다. 09. 그러니 지금 리더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이거나 혹은 훗날 리더가 되고자 희망하는 분들은 본인을 향해 이 질문을 한번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상적인 리더가 되고자 하는가? 아니면 이상적인 팀을 만들고자 하는가?'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