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리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 ⑤ - '일관성'에 대하여 ] 01. 많은 분들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해 주셨지만 5편을 끝으로 우선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
[ 좋은 리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 ⑤ - '일관성'에 대하여 ] 01. 많은 분들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해 주셨지만 5편을 끝으로 우선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덕분에 글 쓰는 맛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볼 이야기는 리더의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리더에 대해 불만이 있으신 분들 중 대다수가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일관성일 겁니다. 어제는 이렇게 하라고 했다가 오늘은 저렇게 하라고 하고, 아까는 이게 좋았다고 했다가 또 지금은 그건 별로라고 하고 차라리 그냥 하나를 딱 찍고 그대로 하라고 했으면 좋겠다가 많은 분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죠. 02. 꼭 리더의 편인 것은 아니지만 우선 나름의 해명부터 해보겠습니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결정에 관한 정보가 조직 구성원들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아깐 이렇게 하고 지금은 또 요렇게 해보자는 게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휙휙 바뀌는 게 아니라면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현실인 것은 맞습니다. 다른 회의에 들어가 보고 또 의견을 구해보니 이 방향은 아니겠구나 싶을 수도 있고, 슬픈 얘기긴 하지만 더 큰 의사 결정권자가 그런 방향을 원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먼저 급습했을 수도 있죠. 조직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차치하고서라도 리더 본인도 최대한 옳은 방향의 결정을 하려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이해해 줘야 하는 대목입니다. 03. 하지만 문제는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합니다. 사실 직장인치고 '저는 죽어도 이렇게 해야겠습니다'라고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리더와 조직이 내린 의사결정이라면 따라야 하는 팀플레이어이니까요. 다만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늘 걱정되는 것은 바로 '그다음(next)'입니다. 이미 한차례 일관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봤기에 그다음 일을 펼쳐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오면 끝없는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되거든요. 이랬다가 또 엎어지는 거 아닐까, 차라리 엎어질 걸 감안해서 우선 대충 구조만 좀 잡아놓는 정도로 타협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 사람이 얄팍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04. 그래서 저는 의사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를 설명하는데 있어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사태와 배경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겁니다. 이전에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건, 취향이 변했건,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건, 아니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 조급함이 발생했건 간에 이 의사결정을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 구성원들도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거든요. 05. 두 번째는 의사결정의 경험들을 잘 기억하고 보관해 놓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이게 뭐에욧! 다시 해와욧!' 같은 대사는 이제 초등학교 체험학습 과제에서도 안 먹히는 피드백입니다. 대신 상세하고 적확한 피드백과 개선 사항을 부여하는 것이 상식적인 문화죠. 그런데 내가 쓰는 워딩 하나, 표현 하나, 늬앙스 하나가 이를 반영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 크게 다가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디렉션을 내렸는지 스스로 잘 기억해두거나 혹은 간략하게 키워드라도 메모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이에 쓰든 화면에 보여주든 중요한 단어만이라도 띄워놓고 함께 생각의 결을 맞춰가는 겁니다. 그래야 나중에 의사결정을 뒤집는 순간이 와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만 뒤집으면 되는지, 우리가 논의했던 키워드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경되었는지 크로스 체크할 수 있습니다. 06. 저는 사람이라면 일관성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 느끼는 감정도 하루 열두 번이 바뀌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조직에서 그것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상황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일관성을 지키겠다'는 환상에 가까운 목표를 가지는 것보다는 적어도 '의사결정을 뒤집더라도 조직원들이 최대한 납득할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는 게 더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07. 꽤 큰 조직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친한 지인분이 그러더군요. 자기는 리더가 되면 '그렇게 진행해요', '이거 다시 합시다' 같은 말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정작 맡아보니 '저기 정말 미안한데..', '나도 막아본다고 막아봤는데..', '내가 생각해도 이건 진짜 아닌데..' 같은 말을 몇 배는 더 많이 한다고 말이죠. 그 마음 이해 못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런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천천히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들을 대응해 나가는 것이 리더도 조직원도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