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네켄이 그들의 산업을 응원하는 방법 ] 01. 이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몇 차례 의사를 밝힌 바가 있지만 저는 광고제 출품용으로 만들어지는 크리에이티브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 하이네켄이 그들의 산업을 응원하는 방법 ] 01. 이전에도 포스팅을 통해 몇 차례 의사를 밝힌 바가 있지만 저는 광고제 출품용으로 만들어지는 크리에이티브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광고를 자동차 산업의 컨셉카나 의류계의 패션쇼 상품과 비견하지만 저는 그런 비유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광고는 시의성과 목적성 그리고 효과 측정이라는 단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하는 분야니까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매체는 아닌 거죠. 02. 하지만 그렇다고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라는 분야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제대로 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일단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내는, 소위 '먹히는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을 때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케이스가 탄생하니까요. 그 어려움이 주는 묘미가 또 남다른 법이죠. 03.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남미를 중심으로 하이네켄이 펼친 셔터 메시지 광고는 시의성, 목적성, 효과라는 3가지 요소 모두에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펍과 바들은 초토화되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가게가 팔리지 않거나 폐업 비용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기에 들어간 사장님들이 정말 많았죠. 04. 하이네켄은 이들을 위해 기존 도로 위 광고판들에 삽입되었던 광고들을 과감히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거리 곳곳의 작은 펍과 바 문에 설치된 셔터에 메시지를 심은 거죠.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오늘 이 광고를 보셨다면, 내일은 이 바를 즐겨주세요.' 지금은 영업이 중단되었지만 곧 다시 문을 열 거라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하이네켄의 광고를 실은 겁니다. 05. 그리고 이 광고는 엄청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죠. 그도 그럴 것이 셔터를 감싸고 있는 펍이나 바의 입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서 다룰 수 있는 비주얼이 정말 다양했고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 있는 펍들을 찍어 응원의 문구와 함께 태그 하기 바빴거든요. 매번 우울하게 닫혀있던 셔터였지만 그 셔터에 덧씌운 이미지 하나로 체념은 기대로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심지어 관광객들조차 '아직 이 곳이 문을 닫지 않았군요! 곧 만나요!' 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자영업자들의 기를 살리는 데 동참했죠. 06.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하이네켄이 아닌 다른 브랜드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겁니다. 사실 이건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한데요. 암스텔, 기네스, 파울러너 같은 브랜드들 역시 하이네켄과 함께 자신들만의 메시지를 담아 셔터 광고를 진행한 겁니다. 시장 안에서는 경쟁하는 처지일지 몰라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펍과 바를 위해서는 하나가 되기로 한 셈이죠. 07. 사실 마케팅이나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관계 형성'이라는 개념이 최근엔 줄곧 온라인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그 관계 속에서 오프라인 공간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줬는지 우리 모두가 깨달을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이런 캠페인이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가장 힘들 때,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의 관계 형성이 가능하니까 말이죠. 08. 그러니 가끔은 우리의 이해관계자들을 한번 둘러볼 필요도 있을 거 같아요. 아주 작은 관심과 투자로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적절한 메시지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