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 커뮤니티 비즈니스 인사이트]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을 파헤치다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시대다. 다른 말로 하면 라이프스타일의 시대. 인간의 삶에 물질적 생산과 소비가 차지하는
[콘텐츠 & 커뮤니티 비즈니스 인사이트]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을 파헤치다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시대다. 다른 말로 하면 라이프스타일의 시대. 인간의 삶에 물질적 생산과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고, 물질적 제품을 다루는 비즈니스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져 결국은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고객 경험이 남는 메가트렌드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흥미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기업이 제품 생산의 전적인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콘텐츠야 기업이 만들거나 기획해서 외고를 받아 유료 구독이나 광고 모델로 팔 수 있다지만, 커뮤니티는 ‘상호작용’을 설계해야 한다. 누가 어떤 동기로 우리 커뮤니티에 와서 어떤 활동을 하고, 그 활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는 모두 생산이 아니라 설계를 통한 자발적인 활동의 영역인 것이다. 커뮤니티는 비즈니스는 기업이 설계한 상호작용 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경험을 판다. 제품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가 일관적이어서 예측가능해야 한다는 점인데, 사용자나 소통참여자의 활동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 비즈니스에게는 큰 난관이자 고민거리가 된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서로 다르게 대응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같다. ‘인간 변수’다. 뇌과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콘텐츠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업계에 대한 지식이나, 버티컬 분야의 전문성,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 등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거나, 아니면 전문가를 고용하면 된다. 하지만 사용자와 소통참여자의 핵심 페인포인트를 발굴해 문제를 발견하고 린하게 솔루션을 테스트한 경험에 기반해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이다. 불쾌했던 모임과 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모임의 차이다. 문제는 ‘대중’이라는 주체는 이미 깨졌으며, 성별, 나이, 거주지역 등으로 인구집단을 쪼개는 세그먼트 기법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부족’들로 쪼개질 것이고, 콘텐츠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 라이프스타일 부족들에 대한 밀접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뇌과학이나 인문학, 사회과학에서 얻을 수 있다면, 변수에 대한 이해는 실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사람을 만나고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커뮤니티 뽀개기’를 시작한 이유다. 재미있어 보이는 커뮤니티 서비스는 다 써보며 데이터를 쌓는 거다. 아직 어떤 총론이나 흥미로운 패턴이 보이는 시점은 아닌데, 그래도 재밌어보이는 포인트들이 있다. 생각 정리 차원에서 정리해본다. -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큐레이션이 강한 모임이라도 기본적인 동질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 중 핵심은 ‘동기’다. 사람이 비슷해도 동기가 다르면 상호작용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다. 동기가 유사하면 서로 학습 수준, 나이, 성별 등 여러가지가 달라도 미래의 상호작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비슷한 사람과의 수다’가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지 깨닫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핵심 ‘동기’ 중 하나는 성장 욕구다. 예를 들어 내가 참여한 어떤 모임에서는 모임의 주제인 ‘콘텐츠 비즈니스’에 매우 공감하고 이미 현업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주제와는 크게 상관 없이 한번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섞여있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한쪽은 ‘콘텐츠 비즈니스 현업 인사이트 공유’를 원했던 반면, 다른 쪽은 ‘콘텐츠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학습’이 동기였던 것. 이 모임의 첫날에는 굉장히 다른 사람들의 소통을 중재하느라 진땀을 뺏던 기억이 있다. - ‘다름’이 중요하다. ‘동기’가 같다면 다름은 소통의 리스크나 갈등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과학을 공부하는 어떤 모임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업계에서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자기 소개를 한바퀴 돌고 나니 ‘이 모임은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맥락에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수준과 상관 없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말도 통한다. - ‘여백’이 중요하다.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 중 특정 직군에 속한 사람들이 가진 ‘직업병’이 하나 있다. ‘내가 다 설명해줘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매우 잘못된 믿음이다. 내 경험으로는 특히 두 업계/직군이 이렇다. 첫째는 학계에 계셨거나 학위를 가진 분. 만약 경영학 구루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내가 아는 것을 모두 전달하기 위해’ 강의하듯이 어렵고 드라이한 전문 내용을 쏟아낸다면, 그 커뮤니티는 깨지게 되어 있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별로 관심도 없다. 지나치게 농축된 지식, 학자들만 관심 있는 협소한 지식, 너무 큰 지식이라 정부 정책으로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일반 사람이 ‘좋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고, 함의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 자체는 가치가 아니다. - 둘째, 언론계에 계셨거나 계신 분. 일방적 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실은 내가 궁금했거나 내가 꼭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한 주제를 어떤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디테일하거나 너무 해당 업계/분야 내부 얘기라서 ‘덕후’들만 관심 있는 얘기를 콘텐츠로 만든다. 신변잡기식이 되거나 ‘덕후’가 아니면 관심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희귀한 정보가 꼭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내가 궁금했던 것을 한땀 한땀 큐레이션해주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흔한 정보라도 가공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거다. - 내가 말하는 ‘여백’이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자기완성적이지 않은 이야기다. 예를 들어 어떤 강의나 논설문은 완전히 목적지향적 소통이기 때문에 동시에 폐쇄적이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고려했고 순서대로 논증하고 설득한다. 소통참여자가 끼어들 틈은 별로 없을 수 있다. 강의가 재미없고 머리아픈 이유다. - 반면 관계지향적 소통은 그 구조나 형식상 소통을 배태하고 있는 경우다. ‘상대의 자리’를 가정하고 질문을 던졌거나 소통을 시작했기 때문에 상대는 자연스레 소통에 참여하게 된다. 사실 내 경험으로 좋은 커뮤니티 경험의 예측 변수 중 가장 설명력이 높은 것은 바로 ‘내가 얼마나 말을 했느냐’다. 그 내용이나 톤앤매너를 완전히 제외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준 경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참여는 그 자체로 만족을 끌어낸다는 얘기다. 그럼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참여기회가 가장 민주적인 커뮤니티가 평균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이 아닌가. - ‘소통 큐레이션’이 바로 핵심 역량이다. 오프라인 모임의 경우, 해당 집단의 동질성와 유사성 사이에서 대화의 목적과 경험을 고민하며 물 흐르듯이 대화를 큐레이션해야 한다.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 중 대다수 또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주제나 질문으로 대화를 이끈다. 대화에 공백이 있다면 말수가 적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시기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경우에, 말이 많은 사람이 꼭 흥미로운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말이 적은데도, 글을 잘 못쓰는데도 좋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많다. 문제는 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실력이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함께 비즈니스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 중에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아는 사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상세하고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이긴다. 도메인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전문가는 어차피 본인이 너무 잘 알아서 사람들이 뭘 모르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즉 ‘시장성 있는 지식’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지점이 참 흥미롭다. 내가 보기에 시장에서 큰 페인포인트를 발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본인이 그 페르소나인 사람이다. 내 일상에서 해당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1차자료를 전부 가지고 있다. 비슷한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면 바로 사용자 조사가 된다. 굳이 수백/수천만원을 들여 사용자 리서치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고객이고, 내가 기획자다. - 참 역설적인 결론이다. 적어도 콘텐츠와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관련된 한, 가장 큰 시장을 발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바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 내가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페인포인트를 끝없이 발굴할 수 있다. 소통에 자연스럽게 ‘여백’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참여와 실천을 이끌어내는데도 익숙하다. 일반론처럼, 마치 이미 검증된 원칙인 것처럼 썼지만 사실 아직 가설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도 이런 인사이트가 쌓이면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소통을 설계’한다는 일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문성’이나 ‘공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학습과 공부를 요구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듣고,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소통 설계자’의 길에서 처음 해내야 하는 일은 ‘일방적 소통’의 습관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질문을 던지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거다. 답은 어차피 ‘내’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