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드백을 '잘 받아내는' 것도 기획자의 중요한 능력입니다. ] 01. 다른 분야보다 유독 기획에 있어 어려운 부분을 하나 꼽아보라면 저는 '피드백'을 고를 것 같습니다. 기획은 타인의 피드백을
[ 피드백을 '잘 받아내는' 것도 기획자의 중요한 능력입니다. ] 01. 다른 분야보다 유독 기획에 있어 어려운 부분을 하나 꼽아보라면 저는 '피드백'을 고를 것 같습니다. 기획은 타인의 피드백을 명확히 듣고 제대로 반영하기가 참 쉽지 않은 분야거든요. 태생적으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분야인데다 의견을 제공해 주는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과 관점도 고려해야 하고, 설사 많은 피드백을 수집했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반영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02. 그래서 저는 '오픈 피드백'과 '타깃 피드백'을 구분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픈 피드백이란 말 그대로 '어떤 의견이라도 좋으니 자유롭게 전달해 주십시오'하는 건데요, 주로 아이데이션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혹은 기획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으로 (시쳇말로 '막눈' 혹은 '쌩눈'이라고 하죠..) 체크해야 할 포인트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죠. 03. 반면 제가 오늘 설명드릴 건 바로 '타깃 피드백'입니다. 물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여러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오픈 피드백도 그만의 장점이 있지만 저는 우리가 원하는 고밀도의 의견을 수집하려면 저는 이 타깃 피드백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타깃 피드백이란 개선점을 원 포인트로 잘게 쪼개 수렴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는 A/B 테스트나 시안 선택과는 좀 다른 문제인데요, 피드백을 제공할 대상들에게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와 그 배경을 설명한 다음 이 지점에서 끌어낼 수 있는 양질의 의견을 집요하게 모아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04. 저는 이 타깃 피드백을 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게 제 고민의 과정을 Preview 해주는 것입니다. 즉 왜 제가 지금 이 지점에서 고민이 발생했고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지 그 배경을 알려주는 것이죠. 그래야 단순히 개인의 관점이나 취향에 의존해 전달하는 피드백이 아닌 '지금 내 상황'에 같이 몰입해 그에 맞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05. 그런 다음엔 제가 시도했다가 실패했거나 혹은 대안에서 걸러냈던 옵션들을 모두 솔직하게 공개합니다. '사실 이렇게 해보려고 했는데, 이 지점에서 막혀서 나아가질 못했어요'라든가 '처음엔 이런 그림을 생각했고, 이를 결과물로 뽑는 과정에서 이런이런 아이디어들을 제외시켰고, 결국 남은 게 지금 보시는 이겁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죠. 그럼 상대방도 제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줄 수 있습니다. 06.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피드백을 먼저 알려주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입니다. 사실 어떤 피드백이든 좋으니 맘껏 말해달라고 해놓고서 기껏 의견을 이야기하면 '아 근데 그건 좀 어려워요'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생기죠. 그 속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현실적으로 어떤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지 그 범위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넓고 얇은 피드백 대신 좁고 깊은 피드백을 끌어내야 할 때가 분명 있으니까요. 07. 저는 좋은 피드백을 얻어내는 것도 기획자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을 구해봤는데.. 동료들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나 봐요'라는 반응들을 볼 때면 저는 그 피드백 과정을 한 번씩 복기해 보거든요. 그럼 대부분이 피드백을 얻기 위한 최적의 상황을 세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납니다. 08. 그러니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타인의 생각과 의견을 끄집어 내기 위해 기획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