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나면 책임져야 할 게 많다.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성장했지만 성장의 결과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유희열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가 더 이상 자유로운 음악인이 아니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나면 책임져야 할 게 많다.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성장했지만 성장의 결과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유희열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가 더 이상 자유로운 음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는 음악인이라기보다 기업인이다. 폴인 페이퍼에서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회사를 차리지 않고 혼자 프리랜서처럼 일한다고 한다. 매니저도, 운전해주는 사람도 없이 일정 관리하는 사람 두 명이 전부다. 그는 30년 넘게 현역으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거침없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책임져야 할 게 많으면 리스크가 커진다. 선택에 따른 대가가 너무 크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해보고 싶어서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거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일만 고르게 된다. 혼자 일하면 가볍고 자유롭다. 재미로, 의미로, 시험삼아 일할 자유가 있다. 혼자 일하면 물론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일의 크기다. 혼자 운영하는 식당의 규모가 원 테이블이라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은 몇 십개의 지점이다. 하루에도 몇 천 명을 거뜬하게 응대할 수 있다. 규모가 커져야만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도 있다. 업무 효율화도 이뤄낼 수 있다. 효율화를 하려면 초반에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재료 공급부터 조리, 손님 응대까지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기 쉽지 않다. 정구호 CD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혼자 일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다. ✔️회사를 세우면 관리 업무를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기업이 기대하는 일은 그게 아니다.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큰 프로젝트를 계속 맡을 수 있다. 한 때 나만의 일을 하려면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다. 지금은 모두가 커뮤니티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에 잘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나는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자유롭게 도전하고 방향을 바꾸는 일이 더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회사에서 독립할 때가 올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회사에서 독립할 때를 대비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건 내 방식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나는 계속 혼자 일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자유롭고 기민한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일의 규모를 키우고 싶을 때는 정구호 CD처럼 기업이나 단체와 프로젝트 단위로 함께 일하는 방식이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든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나만의 내러티브가 확실한 기획자. 지난 10년은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 해내는 훈련에 집중했다. 앞으로의 10년은 내가 할 수 있는 기획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벼르고 또 벼르는 데 투자할 것이다. 10년 후, 40대 중반이 되어 날개 돋힌 듯 어디로든 자유롭게 날아오르기 위해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