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너리즘에 빠질수록 나 자신과 더 가까이 마주해야 합니다. ] 01. 매너리즘의 어원을 아시나요? 이 단어의 시작을 찾으려면 1500년대 이탈리아 르네상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특정한
[ 매너리즘에 빠질수록 나 자신과 더 가까이 마주해야 합니다. ] 01. 매너리즘의 어원을 아시나요? 이 단어의 시작을 찾으려면 1500년대 이탈리아 르네상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특정한 예술 양식(manner)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마니에라(maniera)에서 유래된 말로 자연 주의와 대비되는 인위적인 예술 양식을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매너리즘입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거장들이 사망한 후 매너리즘 양식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특별한 발전을 보이지 못했고, 이를 후대의 학자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뉘앙스로 발현된 것이죠. 02. 무엇인가를 기획하거나 표현하거나 창조해 내야 하는 사람에게도 늘 매너리즘은 찾아옵니다. 게다가 이 매너리즘이란 녀석은 딱히 분야를 가리지도 않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끼어들기도 하지만 생활이나 생각 속으로 침투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땐 마치 연료 게이지가 간당간당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더 이상 나에게로부터 새로움이 뿜어져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죠. 결국 자신감이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게 되고요. 03. 이때 사람들이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스스로에게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기웃거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우린 '인풋'이라고 칭하며 가급적 많이 또 다양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죠. 그래야 나 스스로에게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입니다. 04. 나름 짧지 않은 시간을 일해오며 제가 느낀 건 매너리즘이란 것, 스스로에게 매몰된다는 것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스스로'라는 워딩보다 '매몰된다'는 워딩이라는 사실입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시간이 지나 우리가 매너리즘에서 해방된다고 해도 그건 나 스스로에게서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매몰되어 있던 나를 구조한 것에 불과하잖아요. 그러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해서 그 탈출구를 타인의 관점에서만 찾으려는 것은 100% 적합한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죠.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어쩌면 우리는 그 눈을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05. 저도 가끔은 매너리즘을 겪습니다. 특히 브랜딩이나 기획 분야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매너리즘이 오기도 하거든요. 어찌 되었건 이전의 작업물을 기반으로 다음 기획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를 도려내고 어디를 남겨둘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데려갈지 고민하는 그 자체가 저를 늘 매너리즘의 위험에 빠뜨리게 하니까요. 06. 근데 저는 그럴 때일수록 '남들은 어떻게 하나'라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내가 이걸 할 때 무슨 생각으로, 어떤 감정으로 했더라'를 더 생생히 기억해내보려고 합니다. 왜 이렇게 했고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이전의 기록과 데이터와 메모와 주변의 증언(?)들을 토대로 그 순간의 나로 다시 되돌아가보려는 노력을 하는 거죠. 내가 어딘가 매몰되었다면 결국 거기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왜, 어째서 내가 이 깊숙한 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를 되짚으며 다시 올라가 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그게 나름의 매너리즘 극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07. 아 물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남이 밧줄을 내려줘서 구해주는 방법도 있지!' 네 맞아요. 그렇게 매너리즘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방식은 좀 리스크가 있더라고요. 일단 나를 구해주려는 사람도.. 구조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단점이 있었고, 설사 누군가 나를 구해줬다고 해도 내 힘으로 그 구덩이를 올라와 본 경험이 없으면 또 똑같은 방식으로 발을 헛딛게 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 스스로 매너리즘에서 탈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8. 혹시나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울적한 느낌이 드실 때가 있나요? 그럼 그 기분을 잊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는 노력에 더해 나 자신과 솔직하게 한번 마주 앉아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냥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관성이 굳어지는 그런 것만 매너리즘이 아니더라고요. 나에게서 비롯된 문제를 외면하고 자꾸 다른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다 나 스스로와 조금씩 멀어지고 서먹해지는 것 또한 일종의 매너리즘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