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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양간이라도 고치기. 그리고 잘 고치기. ] 01. 제가 딱 반만 공감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는 속담이지만 사실

[ 외양간이라도 고치기. 그리고 잘 고치기. ] 01. 제가 딱 반만 공감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교훈을 알려주는 속담이지만 사실 현실 세계란 게 그렇게 녹록지가 않습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칠 정도로 준비 태세를 잘 갖추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솔직히 말하면 소를 잃기 전까지는 소가 중요한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그렇고 트렌드의 가장 앞단에 있다는 업계의 테이블세터들도 그렇죠. 02. 그러니 작금의 시대에서 이 속담은 이렇게 하나 더 파생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사태가 벌어졌어도) 누군가는 외양간을 고쳐야 하고, 한 번 고칠 때 잘 고쳐야 한다'로 말입니다. 이 속담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찾아보자면 이렇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제 너무도 불명확하여 무엇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때로는 리스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설사 외양간을 정말 탄탄히 잘 다듬어 놨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도 소가 탈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비유임을 감안해 주세요..) 가끔은 차라리 소를 잃어버리는 게 더 이익으로 작동할 때가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건 시니컬하게 바라봐서가 아니라 업계의 냉정한 현실을 읽어낸 거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겁니다. 03. 라는 책에서 '당신의 인생에도 정오표가 있나요?'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정오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 정오표의 뜻과 기능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 링크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4. 얼마 전에도 인스타 DM으로 이런 사연 하나를 받았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두 번의 실패 끝에 세 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하신 분이 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들려주셨거든요. 제 책에서 정오표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를 잃었다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고친다라는 것이라고 말이죠. 저 역시 정말정말 진심으로 공감하며 하트 뿅뿅 스티커를 보내드렸습니다. (아무한테나 쉽게 안 보내는 건데 말이죠.) 그리고 딱 한마디만 거들었습니다. '고치더라도 정말 잘 고쳐야 한다'고 말이죠. 05. 제가 기획 일을 해오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기획자는 촘촘히, 꼼꼼히, 쫀쫀하게 기획하는 사람이기도 해야 하지만 때론 잘 버리고, 잘 털고, 잘 잊고, 다시 잘 일어설 줄 아는 기획자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래서 초반 기획에 힘을 다 쓰고 그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획자는 자신의 관점을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이란 결국 태생이 업데이트이기 때문이죠. 06. 가끔 채용 면접을 들어가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지원자 중엔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고 꼼꼼한 성향'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면 저는 꼭 되물어 봅니다. '그럼 완벽히 준비하고 꼼꼼히 확인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쩌죠?'라고요. 그럼 99%가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더 철저히 준비하려고 합니다'라는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딱 한 분만 이런 인상적인 대답을 하셨죠. '완벽하고 꼼꼼히 준비하되 거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07. 저는 이게 정말 좋은 애티튜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해놓고 그 외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쿨하게 인정하고 다시 다듬고 디벨롭 하는 자세 말입니다. 이건 그저 '이 친구 마인드가 좋구먼'의 수준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해결 방법을 제대로 찾으려는 사람의 관점에서 우러나오는 애티튜드이기 때문이죠. 08. 잘하는 것도 좋고 완벽한 것도 좋습니다. 미리미리 해놓는 것도 훌륭하고 충분히 예상해 보는 것도 강추합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도 잘해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복서였던 무하마드 알리도 그랬거든요. '때리고 피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맞고 나서 다시 정신을 차리는 일이다'라고 말이죠. 09. 그러니 여러분도 완벽히 준비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보단 문제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인지한 다음, 그 땜질(?)을 어떻게 해야 최상의 상태로 잘 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기획자의 숙명이자 현업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자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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