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팀원들 중 저만 업무 성향이 다른데 어쩌죠? ]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 Q. 팀원들 중 저만 업무 성향이 다른데 어쩌죠? ]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몇 편의 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생각을 성심성의껏 적어봅니다. 01. 흥미롭고도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주신 분께서는 콘텐츠 기획을 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셨고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비슷비슷한 성향을 가진 동료들이라고 했습니다. 본인은 차분하고 정제된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동료들은 힙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좋아하고, 본인은 단계별로 하나씩 밟아나가는 타입인데 동료들은 과감히 시도하고 또 쿨하게 잊어버리는 타입이라고 했습니다. 다들 능력 있고 인성도 좋은 동료라 나무랄 데가 없지만 회의를 하든 프로젝트를 하든 자꾸 취향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 같아서 고민이라는 사연(?)을 주셨습니다. 02. 제 첫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럼 OO님이 제일 중요한 역할이군요!' 잠시 다른 얘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축구에 미쳐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게 학교란 축구하러 간 김에 잠깐 수업도 듣고 선생님도 뵙고 오는 곳이었죠. 공을 쫓아 수십 명이 달려드는 그 벌떼 축구조차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던 때, 중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제일 친한 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야. 가끔은 공이 있는 곳 반대편으로 뛰어. 그럼 반드시 너한테 공이 와.' 03. 저는 이 말이 축구할 땐 물론이고 지금도 제 인생에 꽤 중요한 지침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가 의도했든 아니면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저 반대편에 떠들썩하던 그 무리를 벗어나 공이 나에게로 넘어오는 경험이 꽤 자주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단이든 처음엔 그 집단에 잘 동화되고 빨리 스며드는 사람이 주목을 받고 인정을 받습니다. 사람이란 자연스레 본인과 비슷하고 결이 잘 맞는 존재를 더 쉽게 받아들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생각이 막히기 시작하면 모두가 비슷한 고민에 빠지고 모두가 비슷한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04. 저는 그럴 때가 반대편에 있는 나에게로 공이 오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그 정반대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면 생각보다 훨씬 새롭고 또 쉬운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뭐 설사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반대편에 복닥복닥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적어도 신선한 바람 정도는 한번 환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닌 이상 나의 그 중요한 역할을 모르고 넘어갈 리가 없죠. 05. 개인적으로 좋은 기획 환경은 다양성이 보장된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환경은 물리적으로 세팅하는 것만큼이나 그 안의 구성원들이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문화에서 완성된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래서 질문을 주신 분께 조심스럽지만 이런 답변을 드렸습니다. 동료들에게 동화되어 비슷한 취향을 가지려고 하기보단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를 유지하면서 각자의 역할과 색깔을 더 선명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야 동료들도 그 사람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06. 조직이란 게 어쩔 수 없이 특정한 한 가지 문화로 귀결되는 속성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럴수록 개개인의 애티튜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나도 저 원 안으로 들어가야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저긴 인싸고 여긴 아싸라는 생각은 그 접근부터가 잘못된 거라고 보거든요. 그보단 최대한 나다움을 유지하며 가끔 나에게로 넘어오는 그 공을 잘 받아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몇 번 잘 받아내면 어느 순간은 나에게 공이 오는 횟수도 훌쩍 증가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