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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데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 괜찮을까요? ]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

[ Q.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데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 괜찮을까요? ]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몇 편의 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생각을 성심성의껏 적어봅니다. 01. 오늘도 사연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뷰티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머티리얼을 기획하고 직접 집행도 하는 4년 차 기획자라고 본인을 소개하셨죠. 이분의 질문은 심플하고도 심오했습니다. '제가 봐도 저는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기능 기획보다는 콘텐츠 기획이 좋고, 경영이나 관리 쪽보다는 확실히 마케팅 쪽이 좋습니다. 이런 제가 계속 기획자로 일하기에 괜찮을까요?'라고 말이죠. 02. 제가 정말 좋아하지만 참 경계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요, 그게 바로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입니다. 되게 있어 보이는 단어 같지만 사실 크리에이티브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활용처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크리에이티브하다고 부를 수 있는지도 어느 무엇 하나 정의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단어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허수가 많이 잡히는 개념인 것도 사실이죠. 03. 그래도 대강이라도 한번 그 바운더리를 그어보자면 '타인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감각적이고 공감 있는 언어나 소재로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 나아가 '그 방법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능력' 정도를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풀어써보니 그 뉘앙스가 조금 다르긴 하죠? 그냥 창의적이고 희뜩번뜩한 아이디어 잘 내는 사람을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여겼는데 조금만 자세히 고민해 봐도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이 갖춰야 할 자질은 꽤나 복잡하고 묵직한 편입니다. 04. 근데 저는 저 바운더리 안에 속한 모든 능력을 다 갖춰야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중 무엇 하나만 제대로 갖추고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자 그럼 우리 다시 한번 들여다보죠. 아예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가는 것도 좋겠네요. - 나는 타인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가? - 그들이 원하는 언어나 소재를 감각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 이를 통해 공감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어디를 공략해야 할지 알고 있는가? - 무엇보다 우리의 근본적인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달성할 방법을 잘 파악하는가? 05. 여러분은 저 중 어떤 항목에 가장 근접한 역량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 하고 계신가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스스로가 크리에이티브 한 자질을 갖추려고 노력하기 이전에 소위 크리에이티브가 계획되고,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달성되는 그 프로세스 안에서 내가 워킹해야 하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 거죠. 06. 그러니 저는 괜히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에 매몰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이는 사람들에게 기죽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지에 잠식 당하는 게 아니라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크리에이티브에 기여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충분합니다. 07. 아주 예전에 회사에서 TF 멤버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가끔 TF로 모이면 각자가 잘 아는 분야로 먼저 기선제압을 하고자 하는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합니다. 그때 굉장히 힙하고 크리에이티브해 보이는 한 분이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캠페인들을 소개하며 최신 트렌드를 wrap-up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땐 저도 '와 저 사람 진짜 크리에이티브에 욕심이 많은가 보다'하며 바라봤죠. 그런데 모든 발표가 끝나자 TF의 오너십을 가지고 계신 리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 이제 그럼 본인 걸로 한 번 이야기해볼래요? 다른 사람의 크리에이티브 빌리지 말고.' 08. 그때 느낀 바가 하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에 욕심 많은 것도, 크리에이티브만으로 승부 보겠다는 것도, 스스로를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자부하는 것도 아무 필요 없구나. 진짜 중요한 건 이 거대한 게임 속에서 내 턴이 언제 오는지, 나는 무엇으로 우리 목표에 기여할 것인지를 이해는 것이구나.'하고 말이죠. 09. 그러니 크리에이티브라는 유니콘을 쫓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오히려 그 에너지를 여러분 앞에 놓인 문제와 목표를 정의하는데 투자해 보는 게 더 현명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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