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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에 간다고 작성한 글인데,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워서 여기에도 남겨본다. 아래 링크는 읽었던 책 정보. http://www.yes24.com/Product/Goods/75229376 -

독서 모임에 간다고 작성한 글인데,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워서 여기에도 남겨본다. 아래 링크는 읽었던 책 정보. http://www.yes24.com/Product/Goods/75229376 ---- #1.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남들보다 두 배는 더 걸려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어떤 악덕 교수가 학생들 부려먹으려고 억지로 붙잡아두는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 다행히도 내 지도교수님은 그런 것과는 매우 거리가 먼 분이었다. 오히려 졸업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학위를 주고자 했고, 준비가 되었다면 빨리 내보내기를 원하는 분이었다. 몇 년 동안 논문 하나를 못써서 쩔쩔매던 나를 두고, 교수님은 내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이 안써지는 것이라고 진단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간절히 원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제일 확실한 길이다. 그러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이어서 이런 예시를 덧붙이셨다. "만약 네게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걸 스스로 풀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치자.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에게 너는 얼만큼 보답해 주고 싶으니. 아마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붙잡고 싶을 거다." 정말 그랬다. 연구실에서 다뤘던 문제들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있는 대기업에서도 어려워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게 그냥 넘어가도 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를 테면, 수 조원에 이르는 법적 분쟁이 걸려있는 정도의 심각한 문제들이었다. 회사에서는 외부의 도움을 간절히 원했고, 그래서 우리를 포함한 해외의 몇몇 대학 연구팀들과 협업하며 실마리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대화 이후로, 나는 모든 것을 '문제'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문제를 정의할 수 있을까. 또 그 문제를 해결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고민을 하면서부터 내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달라졌다는 것이다. 돌아보니 세상은 온통 문제 투성이었고, 그 순간 나는 걸음마를 겨우 뗀 아이처럼 호기심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했다. 손에 잡히는 것마다 왜?라고 스스로 질문을 했고, 그렇게 하면서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노력 덕분에 지지부진했던 박사과정의 끝을 마침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언급된 아인슈타인의 발언에 특히 눈길이 갔다. ("문제를 정의하는 데에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 '문제 정의'는 해결의 첫걸음이니만큼 반드시 해야하지만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이게 왜 필요한지를 모르거나, 회피하거나, 제대로 못해서 애를 먹곤 한다. 문제를 정의하는 작업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대상의 본질을 끄집어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창의성과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 흐름에서 잠깐 소개되었지만, 내게는 앞서 언급한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져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2. 나도 나를 알고 싶다 앞의 '문제 정의' 얘기에 이어지는 것으로, 내가 풀고싶어 아주 안달이 난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평생 즐길 수 있는 일을 추구한다"가 확고한 신념이라는 것? 덕분에, 아니면 정말로 운 좋게도, 별다른 진로 고민 없이 그런 일을 찾아 하고 있다는 것? 그 대신에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일'은 죽어도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 모두 다 표면적인 얘기이고 그게 어떤 매커니즘에 의해 발현된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수수께끼 상자인 셈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메타인지'는 바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나는 그런 개념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미 경험적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개념화하고 지칭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사물에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그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는 것처럼, 추상적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어도 결국 나는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메타인지' 개념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대부분 내용이 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식이었다. 나도 정말로! 간절히! 나를 알고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현인들이 평생 매달려 온 문제인데 나라고 별 수 있을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데 욕심 낼 필요가 있나? 이상한 심리일 수 있지만, 설령 누군가 답을 알려준대도 평생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그렇게 없애버리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이 책 위에 나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올려서 맞춰보려고 했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자 했다.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그렇게 퍼즐 한 조각을 맞춰보면서 마치 여행 다녀오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짧은 일정에 마치 끝장이라도 보겠다는듯한 그런 여행 말고 그저 눈에 띄는 것 딱 한 두가지만 가슴 속에 담아오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 한번으로 어떤 답을 찾았다던가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이 글의 두 꼭지는 내가 그렇게 하면서 찍어온 단 두 장의 여행 사진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힘주어 찍은 것도 아니고 그저 무보정 스냅 사진에 불과하다. 어쨌든, 다녀와보니 다시 또 가고픈 좋은 여행지를 하나 찾은 것 같다. 언제든지 생각날 때면 다시 가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사진 한 두장 더 찍어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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