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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남의 머리만 깎다가 내 머리 밀기시작했다(2) 매번 클라이언트한테 브랜드북 만들어주고, 지적질만 했지, 우리 회사 인터널 브랜딩에는 신경쓰지 못했다. 이번에 큰맘먹고 3달 이내에는 컬쳐북을

맨날 남의 머리만 깎다가 내 머리 밀기시작했다(2) 매번 클라이언트한테 브랜드북 만들어주고, 지적질만 했지, 우리 회사 인터널 브랜딩에는 신경쓰지 못했다. 이번에 큰맘먹고 3달 이내에는 컬쳐북을 끝내리라 다짐하며, 직원들과 함께한 1문 1문1답 이야기들, 이 이야기들이 컬쳐북으로 어떻게 완성될까요? --------- '발전'과 '화합'이라는 가치가 실제 업무에서 구현됐던 사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실까요? 최희준 이사(이하 '최희사'): 고객사 병원들의 경영 컨설팅 과정에 사용하는 핵심 성과 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측정 기준을 개선했던 적이 있어요. 병원에서 질환에 대한 전화 문의를 받으면 그 수를 집계해서 성과 지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가만 살펴보니까 상담 직원이 문의를 받을 때마다 손으로 직접 종이에 '바를 정(正)'을 쓰면서 횟수를 세더라고요. 그런데 담당 직원이 만약 휴가를 가서 자리에 없으면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었고, 질환 문의를 분류하는 기준도 상당히 모호했어요. 이걸 근거로 성과를 측정하고 컨설팅을 하면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했죠. 회사에 보고했더니 '왜 이제껏 그런 부정확한 지표를 썼냐'고 혼내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개선할지 같이 고민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전자 진료 차트에 기재된 상병코드를 기준으로 문의를 집계하자는 대안이 나왔어요. 여기에 정확한 매출 요인을 파악하려고 초진과 재진을 나눠서 집계하고, 수술도 지표에 포함하는 등 여러 추가 개선이 이뤄졌어요. 고객사도 일일이 설득해야 하고, 어찌 보면 일이 복잡해지는 건데도 다들 '발전'이라는 가치가 내면화돼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수정 대표(이하 '문댚'): 저는 최 이사가 그렇게 보고 해줘서 기뻤어요. 물론 그 이후에 대체 지표를 마련하느라 고생하긴 했죠. 그래도 우리가 놓치고 지나갈 뻔했는데, 앞으로 더 좋게 발전할 여지가 있는 부분을 포착해준 거잖아요. 문제를 투명하게 꺼내놓고 함께 발전을 고민하는 문화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최희사: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발전'뿐 아니라 '화합'의 가치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고객사나 협력사와 마케팅 방안을 논의할 때 '검색광고를 하지 않으면 망한다'든지, '특정 매체에 반드시 노출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답을 정해놓은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그런 이야기는 큰 의미가 없거든요. 그런 만능 해결책이 있었으면 모두 그 방법으로 성공했겠죠. 매번 달라지는 케이스마다 적합한 솔루션을 도출하려면 이견을 지닌 상대를 존중하고 토론해야만 하는 것 같아요. 박정원 매니저(이하 '매니정'): 저는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봐요. 그런 느낌을 받는 분이 있으면 그 사람이 힘들다고 할 때 위로해주고 싶고, 설령 제가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와서 같이 가고 싶어요. 회사 동료든, 고객사든 그런 분과 일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고요. 반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분을 만나면 숨이 막혀요. 그런 분과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잘 풀리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의견을 달라고 해도 '괜히 욕먹진 않을까'하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만 받죠. 그런데 우리 회사 분들은 그런 점을 잘 이해하고, 소통에 대한 긴장감을 낮추려고 다들 노력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식으로 '화합'이 잘 이뤄지면 당연히 '발전'으로도 이어지겠다 싶었어요. 문댚: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에서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내라'는 이야기를 읽었어요. 대표로서 계속 곱씹어보게 하는 부분이었죠. 그동안 회사에서 '발전'과 '화합'을 지킬수록 성과도 높아진다는 걸 계속 확인했어요. 우리 핵심가치에 맞는 직원은 독려하되, 충분한 시간을 줘도 우리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분은 스스로 다음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인재 밀도'를 높여가려고 해요. 그렇게 되면 통제와 규율이 왜 필요하겠어요? 그냥 '발전'과 '화합'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즐겁게 놀면 되는 거죠. 류디터: 미션과 핵심가치 외에도 올해 안에 이룰 비전들을 설정해 놓으셨더라고요. 그중에서 '업무의 표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걸 뜻하나요? 문댚: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가 일하면서 반드시 검토할 사항을 빠트리지 않고, 최선의 절차를 거쳐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매뉴얼'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업무 표준화가 잘 이뤄지면 오히려 직원들이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될거라고 생각해요. ​ 매니정: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일하려면, 뭔가 조여오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좋지 않다고 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업무 표준화' 이야기를 처음 듣고 언뜻, 빡빡한 매뉴얼이 자유로운 업무 문화를 방해하지 않을까 좀 걱정되기도 했어요. 최희사: 사회에도 법이 있잖아요. 물론 법에는 통제하고 규율하는 기능도 있긴 하죠. 하지만 법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제도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추진하는 '업무 표준화'도 그런 관점과 비슷합니다. 그래도 만약 표준화 매뉴얼로 인해 불필요한 제약을 느낀다거나 하면, 얼마든지 같이 논의해서 바꾸면 되죠. 문댚: 아무래도 '표준화'나 '매뉴얼'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오해하기 쉽죠. 우리가 모두 업무 표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를 일치시키고 나면, 좀 더 말랑말랑한 우리만의 이름을 새로 정하고 싶어요. ​ 류디터: 업무 표준화를 추진하시게 된 계기가 혹시 무엇일까요? 문댚: 예전에 어떤 직원이 '이 디자인이 대표님 스타일에 맞을까' 고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이건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생각했죠. 그 직원 입장에서는 제가 최종 컨펌을 하니까, 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하는 게 중요했던 거였어요. 결정권자가 오케이 하면 한 번에 끝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러 번 수정해야 하니까요. 표준화된 업무 매뉴얼이 없는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냐면요. 어떤 디자인을 만드는 데 10단계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볼게요. 만약에 최종 10단계에서 결정권자가 수정을 지시하면, 디자인 실무자는 이제까지 진행해온 디자인을 다 뒤엎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겨요. 그러니까 미리 그 전 단계에서 컨펌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 단계에서도 결정권자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식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결국 그 실무자는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하나하나 결정권자에게 확인받으려고 하게 됩니다. 수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요. 얼마나 비효율적이면서도 직원들의 자율이 사라지는 방식이에요? 류디터: 아... 그렇네요. 하지만 업무 매뉴얼이 있다고 그런 현상을 피할 수 있을까요? (3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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