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대신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을 선택하다] Q. 졸업 후 진로 결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프로듀서를 생각하고 일 년 정도 준비하였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프로듀서를 계속
[대기업 임원 대신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을 선택하다] Q. 졸업 후 진로 결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프로듀서를 생각하고 일 년 정도 준비하였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프로듀서를 계속 준비할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에 임할지 고민하던 중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우연히 시야에 들어왔어요. 제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 분모라고 할 수 있어요. 신문과 광고, 고객과의 소통 그리고 콘텐츠까지 모두 접할 수 있는 분야였어요. 하지만 당시 경력직이 아니고서야 마케팅 업무를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 자칫 대고객 메시지의 완성도를 회사와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직원들에게 맡기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죠. 그리고 유관부서와 소통이 잦은 업무 특성상 원활한 협업을 끌어낼 수 있는 경력직을 더 선호했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마케팅 업무를 사회 초년생으로서 담당할 기회가 열려있는 곳을 알게 되었죠. 바로 지금은 콘덴싱 만드는 경동나비엔으로 잘 알려진 ‘경동보일러’였어요. Q. 이후 Daum으로 옮겼는데 기업의 문화 차이는 없었나요? 매년 반복되는 사이클과 한정적인 제품군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졌어요.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단순히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마케터의 역할에서 벗어나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보면 실제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광고 대행사)에서 제작하고 대고객 메시지는 경영진이 직접 결정을 하다 보니 제가 과연 얼마나 기여를 하며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해 불안해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마저도 저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전문성이 결여된 마케터로 정체되어버릴까 봐 두려웠던 거죠. Daum이라는 곳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처음 경험하는 문화 그 자체였어요. 국내에서 ‘님 문화’를 앞서 도입한 곳이 바로 Daum일 정도로 이곳만의 문화가 뚜렸했어요.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명확한 직급체계가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기업문화에 적응하려니 힘들었죠. 그뿐만 아니라 새로 입사한 사람들의 적응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한 온보딩 과정이 크게 없었어요. 그래서 첫 회의에 참석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OO님, 차주 DA의 예상 CPM과 CTR이 각각 얼마나 돼요? 고객사에서 생각하는 ROAS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일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처음 몇 달은 적응하느라 진땀을 뺐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묵묵히 일하다 보니 오프라인 경험이 있는 제가 기여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 과정에서 저만의 경쟁력으로 공통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자 동료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회사가 조금 더 편하게 느껴졌어요. Q. 2014년 카카오가 Daum을 인수하였는데 당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우선 표면적으로는 사무실 위치가 바뀌었어요. Daum 시절의 사무실은 한남동이었는데 판교로 대이동을 해야 했죠. 또 다른 변화는 호칭이었어요. 아무래도 카카오는 구성원들이 영어 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Daum의 상징과도 같은 ‘님 문화’가 사라지고 전부 영어 이름을 만들게 되었죠. 저는 ‘Kay’라는 영어 이름을 쓰게 되었는데 제 의지와 관계없이 영어 이름으로 불리고 동료들을 영어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게 처음에는 낯설고 다소 불편했죠. ‘Daum’으로 이직 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큰 애정을 갖게 된 기업의 문화와 서비스가 합병 이후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과정은 심적으로 고통스러웠어요. 특히 가깝게 지냈던 동료들이 퇴사 혹은 사내 이동으로 인해 떨어지게 될 때는 더욱 쓰라렸죠. 카카오의 인수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실망과 시련을 안겼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바일 기반의 전국민 트래픽을 보유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저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제 몫을 해내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Daum이 모바일 친화적인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 ‘마이피플’과 같은 앱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면 카카오는 어쩌면 태생부터 모바일 기업이었죠. 덕분에 이전에는 주로 PC 혹은 웹 기반 서비스에 협업 방식을 고민하고 제안하였다면 이제는 고객사들과 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고 논의할 수 있어서 훨씬 운신의 폭이 커졌어요. 아마 ‘주식회사 칠십이초’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카카오에 조금 더 길게 근무하며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시도에 동참하고 다양한 시도를 함께 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