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새로운 문이 열려요 [알버트의 인사이트] 사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강사로 활동했어요. 영어로, 국어로, 토론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수업조교로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새로운 문이 열려요 [알버트의 인사이트] 사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강사로 활동했어요. 영어로, 국어로, 토론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수업조교로 일했던 적도 있어요. ‘가르친다'는 일에 상당한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충격이었어요, 일했던 학원에서 ‘저 선생님 수업은 너무 지겨워'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요. 그 때의 저를 생각하면 항상 무언가 전문적인 지식을 깊게 공부해서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가르친다는 패러다임은 끝났다', ‘학습의 패러다임이 우세인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겠지만요. 오늘은 제 경험에 기반해 커뮤니티를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왜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사실 몇시간 전, 저는 지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시범적인 세션의 진행자로 일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커리어 살롱이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과거의 성장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한 다음 미래의 커리어 개발을 위해 취할 액션을 이야기하는, 코워킹 워크숍이었어요. 편하게 이야기하는 살롱으로, 간단히 종이와 펜만 가지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미니워크숍으로 기획했기에, 제 경험을 무겁게 담아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던지 조사하고 공부한 내용으로 미니렉쳐를 포함시키거나 할 생각은 하지 않았죠. 지금와서 생각하면 너무 잘한 일이었어요.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은, 심리적 불안감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생 시절, 수업조교로 처음 활동하며 대학원생 사이에 너무나 만연한 ‘가면 증후군’ 때문이었는지 수업 준비에 매우 공을 들였어요. 수업 필수 리딩 자료도 아닌 것들을 찾아서 더 읽고 공부해 ‘학생들이 더 얻어갈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죠. 지금 생각하면 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난 노력하고 있다' ‘난 이렇게 공부했다'고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심리적 만족을 위한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상대가 정말 그 지식을 필요로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큐레이션의 센스가 부족했던 거죠. 2.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은, 자존감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경험이 더 적고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나 상호작용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상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입을 열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잘 안다'고 보여주기 식인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상대도 이 지식과 경험이 이 맥락에서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 많고 똑똑한 분이 말씀해주시니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줄 수 있죠. 특히 한국과 같이 예의도 중요하고 관계가 위계적인 경우가 많은 사회에서는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죠. ‘다 좋은 얘기였는데 왜 이렇게 남는게 없을까'하는 생각을 포함해서요. 솔직히 저는 특정 선생님이나 교수님과의 자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종류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몇시간동안 듣고 귀가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던지요. 3.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은, ‘지식은 맥락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조금 틀리거나 엄밀성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오면 ‘제가 좀 아는데 말이죠'하며 일장연설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데 말이죠. 문제는, 전문적인 학술분야나 고도화된 직무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세밀한 지식이, 다른 맥락에 있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가치도 없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모두 일하는 사람이고,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모든 주제에 대해 그만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실 관심도 없고요.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전문 지식과 자료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습관이 없어진 것 같아요. 상대의 맥락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오히려 커뮤니티에서 가장 유용한 것은 ‘페인포인트와 나만의 문제해결법'을 공유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었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지점에서는 공감이나 호기심을 살 수 있고, 문제해결법을 공유하면 맥락이 다른 상대에게 새로운 관점이나 방법론을 간접적으로 제안할 수 있죠.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보면, 결국 ‘지혜는 알아서 흐른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내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도, 솔직하게 문제와 어려움에 대해 공유해주는 대화 파트너를 만나면 지혜와 경험의 말이 나오게 되어 있죠. 그리고 지혜가 항상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멘토링이나 코칭에 임할 때, ‘결국 이거 다 내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거 아닌가?’라는 고민을 조금씩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한 자존감과 불안감을 모두 버리고, 멘토링이나 코칭이라는 무거운 명칭도 버리고, 그냥 편하게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상대의 맥락을 상상하며 치열하게 듣다보면, ‘지혜는 알아서 흐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깨달았으니까요.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은 주변 분들과 어떻게 지혜를 나누고 계신가요? 댓글창에서 지혜가 흐르는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기를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