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의 단위를 잘게 쪼개야 하는 이유 ] 01. 최근에 지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머리를 쾅 하고 얻어맞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물음은 단순했습니다. '있잖아. 과연 '일
[ '일'의 단위를 잘게 쪼개야 하는 이유 ] 01. 최근에 지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머리를 쾅 하고 얻어맞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물음은 단순했습니다. '있잖아. 과연 '일'이란 게 실체가 있는 걸까?' '네? 그럼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건... 일이 아니고 뭐죠?' '아니 뭔가를 부정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게 그냥 '일'이라는 애매한 단어에 둘러싸여서 존재하는 건 아닐까 싶거든. 그럴수록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 02. 처음 던진 질문은 애매모호했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말에서는 저도 무릎을 탁 쳤죠. 저 역시 때때로 그런 감정을 느끼거든요. 뭔가 하루를 열심히, 바쁘게 보낸 것 같은데 이게 성과는커녕 진행 상황으로도 보기조차 어려울 때, 그렇다고 누군가를 백업하거나 업무 부담을 줄여준 것도 아닐 때, 차라리 자기계발이나 리프레시에 힘을 쏟은 것도 아닐 때 나는 뭘 했나 싶은 순간이 있거든요. 그럴 땐 제가 '일'이라는 신기루의 꼬리만 쫓다가 하루를 보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03. 뜬금없지만 '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이자 기본 입자인 원자(atom)는 그리스어로 '나눌 수 없는'이라는 뜻의 아토모스 (atomus)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원자의 개념을 발견하고 이해한 덕분에 물리학과 화학이 존재할 수 있었고 사람을 달로 보내거나 의학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가능했죠. 04. 근데 저는 우리의 과업도 이 '원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저 '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욱여넣어 놓을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잘게 쪼개본 다음 그 각각의 Task를 정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죠. 그래야 진짜 일다운 일을 골라낼 수 있고 과업 하나하나에 본질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05. 그중 저는 나만의 WORK MAP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WORK MAP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달성해야 할 하나의 Goal을 위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일을 프로젝트 군으로 나눠봅니다. - 그리고 그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과 협업해야 하는 일을 다시 나누죠. - 다음으로 개인 과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업무와 비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또다시 구분합니다. 그래야 단순히 커뮤니케이션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마치 레고 블럭의 단위처럼 기억하고 저장해 둡니다. 06. 이렇게 작은 단위로 일을 구분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하나는 기획이라는 업무가 가끔은 너무도 애매한 업무 영역으로 인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나는 일을 했는데 내가 이룬 과업은 뭔가 희끄무리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거든요. 그러니 내가 일이라고 생각한 게 진짜 과업과 성과의 영역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07. 다른 한 가지는 보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입니다. 내 과업을 잘게 쪼개 하나의 블럭이나 유닛처럼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과업도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빈 곳을 발견하면 그 자리를 내 블럭으로 채울 수 있겠다는 걸 빨리 파악할 수 있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역량으로 필요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면 회사에서는 당연히 보배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게 일을 원자화해야 하는 핵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08. '네 일 내 일 없이 다 같이 파이팅'이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 분위기 안에서 '저는 유닛으로 일합니다~'라며 존재감 뿜뿜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내 일을 모두 규정하고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집에 있는 서랍과 옷장만 잘 정리해놔도 생활의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일을 정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자원 낭비인 것이기도 하죠. 09. 그러니 이참에 한번 여러분의 일을 모두 꺼내어 가을맞이 업무 정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그러다 보면 일이 아닌 것에 일이라는 라벨이 붙어있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일이 그냥 꾸깃꾸깃하게 접혀 저 멀리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