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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업의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세미나의 주요 주제는 ‘평가’였다. 다면적 평가에서부터 수시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 방법과 평가 요인의 중요도에 대해 많은 내용이 소개됐다. 그

얼마 전 한 기업의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세미나의 주요 주제는 ‘평가’였다. 다면적 평가에서부터 수시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 방법과 평가 요인의 중요도에 대해 많은 내용이 소개됐다. 그런데 끝날 무렵 한 분이 손을 들더니 직설적인 어조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아닌가. “네, 다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부정적이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불만을 표시할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상기된 표정으로 이런 속내를 토로하시는 걸 보고, ‘이 조직은 그래도 괜찮은 소통문화를 지니고 있는 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떤 요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에 동의하지 않거나 항의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라는 어줍지 않은 위로나 격려로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필자는 이런 비유를 들어 대답을 한다. “사람들은 단기적인 일은 무언가를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더 잘 수긍하고, 길게 봐야 할 때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하기를 원합니다.” 무슨 뜻일까? 필자가 작년에 외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보여드렸던 작은 실험을 통해 알아보자. 매운탕과 전골처럼 끓이면서 먹는 음식을 앞에 둔 손님들은 식당 직원의 “손님, 지금 드셔야 짠 맛을 피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더 잘 수긍한다. 하지만 “손님, 지금 드셔야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탐탁지 않아 한다. ‘가스를 아끼려고 하나’라면서 자기들끼리 의심하기도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위해서는 좋지 않은 것을 예방하자는 말에 마음을 더 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끓이셔야’라는 말에는 반응이 다르다. 이 말 다음에는 “그래야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라는 조언이 따르면 손님들은 흔쾌히 따른다. 하지만 직원이 “그래야 짠맛을 피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미리 좀 데워놓았다가 내오면 될 것을 손님에게 굳이 귀찮은 일을 시킨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는 미국 컬럼비아대 토리 히긴스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동기부여 분야 연구자들이 한결같이 관찰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인간은 무언가 나쁜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움직이고, 무언가 좋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오래 지속하고자 하는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간 평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원이 상사에게 항의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도 분명해진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이 측면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줘. 그럼 연말 평가에서 손해 보는 걸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년에는 이런 측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봐. 그러면 내년 연말에는 좋은 평가를 받는데 유리할거야”라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직원에게 단기적으로 무엇에 집중해야 나쁜 결과를 막을 수 있는지, 또 장기적으로는 무엇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알거나 말해줄 수 있는 사람만이 평가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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