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시 구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나태주 시인은 40권이 넘는 창작 시집을 냈으나 무명이었다. 2. 첫 시집은 서울 출판
1.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는 시 구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나태주 시인은 40권이 넘는 창작 시집을 냈으나 무명이었다. 2. 첫 시집은 서울 출판사에서 내고 싶었으나 머리 둘 곳이 없어, 자비로 700부를 발간했다. 제작비 16만 원, 쌀 열 가마니값은 아버지가 농협에서 빌려줘서 할부로 갚았다. 기차로 운송된 첫 책은 어머니가 사주셨다. 책값은 700원. 애처로운 시절이었다. 3. 그러다 일흔이 넘어 국민 시인이 됐다. 나태주 시인은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유용한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인은 서비스맨, 희극배우’라고 말한다. 4.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사람을 기다려요. (그런데) 오래 기다리지 못해 유명세를 찾아 나서죠. 젊은이는 유명세를 찾아 나서도 괜찮아요. 하지만 늙은이는 안돼요. 노인은 있던 자리도 내려놓고 양보하고 비워줘야 해요. 그걸 못하면 노추고 노욕이에요. 늙을수록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사라져요” 5. “(내 시가 유명해진 건) 내 힘이 아니라 독자의 힘이죠. 자력이 아니라 타력이었어요. 천명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주어진 명이고, 인기는 자기 노력으로 들어온 인간의 세운이죠. 수직과 수평이 만나야 베스트셀러가 나옵니다" 6. “저는 (말 그대로) 무명 시인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광화문 교보 빌딩에 걸린 내 시 구절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거예요. 그 5~6년 사이에 세상의 흐름도 바뀌었어요. 집단에서 개인 담론으로. 그전에는 출판사에 책을 내달라고 해도 안 내줬어요” 7. “(콘텐츠 업은 서비스업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는) 감정의 서비스맨. (그런데 사람들은 독자들에게 더 잘 해주려고 하지 않고) 독자가 떠나면 시를 멀리한다고 세상을 한탄해요. (창작자는 독자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아낌없이 줘야 합니다” 8.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랑의 마음. 그게 보편성이죠. (창작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히 미친 마음이에요. 윤동주는 그 보편성이 뛰어났기에 지금도 읽혀요. 보편성이 있으면 적의 마음도 얻어요. 윤동주, 이순신은 일본 사람도 존경하잖아요?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나 ‘저녁에’도 그래요.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얼마나 보편적이고 아름다워요?” 9. “(저는) 어떤 시를 쓰겠다는 계획도 없고, 인생 계획도 없어요. (다만) 그때그때 발견해요. 꿀벌의 꿀은 본래 꽃의 것이잖아요. 시도 사람 마음 밭에 있는 것을 줍는 거예요. 본래 주인은 세상이죠. 길에서 버려진 쓰레기에서 보석을 줍듯, 누구에게나 있는 시어를 캐서 독자에게 돌려줘요” 10. “서정은 쏟는 것이고 서사는 펼치는 거죠. 소통하려면 정성껏 삼키고 쏟은 것에서 더 많이 솎아내고 비워내야 해요. 아는 척, 잘난 척, 성스러운 척은 소통하는 데 다 소음이에요. 소음이 너무 많으면 악음이 죽어요. 독자들이 ‘시멍’을 때리려면, 빈 곳을 많이 줘야 합니다. 넓은 논밭을 보여주듯 시집은 두껍고 표지는 산뜻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