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산의 일각에서 '일각'이 중요한 이유 ] 01.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독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기획자로서 좋은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고, 저와 멤버들을
[ 빙산의 일각에서 '일각'이 중요한 이유 ] 01.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독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기획자로서 좋은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고, 저와 멤버들을 이 화두로 이끌어 줄 책은 라는 책이었죠. 이 책은 결과가 아닌 과정, 즉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가 중요해진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과정과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야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일본에서도 크게 흥행했고 한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는 책 중 하나입니다.) 02.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이 책은 딱 반 정도만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그 반이 꽤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 아쉬운 절반이 또 생각보다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모임 도서로 선정한 것이었죠.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도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멤버분들께서 정말 솔직하고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셨습니다. 03. 사실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 등 어떤 형태로든 경험을 전달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있어 프로세스가 중요하고, 스토리가 중요하고, 철학과 가치관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를 이기려면 정말 극강의 파괴적인 아웃풋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충분히 공감 가는 포인트죠.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매일매일 생산해 내고 수정해가는 작은 아웃풋들이 결코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세스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작은 아웃풋의 합일 지도 모르니까요. 04. 아래 첨부한 그림이 익숙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보통 기획자들이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요것만 보고 계시지만 제가 이걸 만들기 위해서 아래 이만큼 고생한 시간이 있었습니다'를 어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른바 '빙산의 일각(the tips of the iceberg)'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그림이죠. 05. 그런데 저는 늘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저 빙산의 일각이라도 솟아있지 않았다면 그 아래 커다란 빙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 아래 중요한 무엇이 있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빙산의 일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설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속사정과 그 안에 숨은 노력, 과정, 이야기, 철학을 다 살펴보며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06. 저는 가끔 마케팅 서적이나 브랜딩 서적을 읽는 업계 종사자들이 큰 혼란에 빠질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결과물을 레퍼런스 삼아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매우 좋은 동기부여이지만, 자칫 결과론적인 해석의 사례들을 보고서 '그래 요즘은 과정을 보여주는 게 답이야', '우리도 OO 브랜드처럼 인스타랑 유튜브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생산해 보자', '내일 회사 가면 마케터들한테 파타고니아나 프라이탁 같은 스토리텔링을 해보자고 해야지'라는 생각은 굉장히 섣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07. 그보다 저는 우리 앞에 놓인 빙산의 일각을 먼저 잘 다듬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그 일각의 아래를 보여주고 무엇이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거든요. 이 순서를 착각하면 '나는 진정성을 보였는데 사람들은 외면하고 말았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가슴 아픈 오해가 발생하는 순간이죠. 08. 그러니 설사 여러분들 앞에 놓인 작은 일들을 모두 팽개치고 얼른 빨리 핫하고, 의미 있고, 좋은 철학을 이야기하고, 가슴 웅장해지는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오른다면 한소끔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마음을 먹는다고 사용자나 소비자가 금세 귀를 갖다 대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저기 가는 저 사람을 어떻게 하면 돌려세울 수 있을지, 돌려세운 다음은 무슨 얘기를 할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어떻게 그 사람의 발걸음을 묶어놓을지 그 단계를 잘 설계해 보는 게 더 현명합니다. 그런 경험을 설계해 보지 않고 좋은 과정을 바로 만들 수는 없거든요. 09.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 이런 책도 한 권 써주면 좋겠습니다. 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라는 제목으로 말이죠. 진짜 중요한 건 그저 단계나 과정뿐이 아니라 무엇으로 유도해서 무엇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할지 그 일련의 여정을 설계하고 함께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