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를 공유할 때 신경써야 할 진짜 중요한 것들 : SHARE가 아닌 COMMENT의 공유 방식 ] 01. 몇 해 전에 팀 내부에서 공유 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트렌드 리서치
[ 트렌드를 공유할 때 신경써야 할 진짜 중요한 것들 : SHARE가 아닌 COMMENT의 공유 방식 ] 01. 몇 해 전에 팀 내부에서 공유 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트렌드 리서치 같은 건데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를 찾아 소개하는 세션이었죠.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나름 그 팀의 오랜 전통(?)이라 저 역시 군말 없이 그 체계를 따랐습니다. 02. 그런데 몇 번 해보고 나니 여기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단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한데 섞여있는 탓에 문서의 퀄리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거든요. 그러니 제 차례가 오면 하루 반나절은 꼬박 그 문서를 만드는 데 정성을 쏟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서로 더 특이하고 핫한 사례를 공유하려고 먼저 소재를 찜 해놓는 경우도 발생했죠. 이쯤 되니 남의 발표를 들을 때면 '아 저런 건 진짜 유용하구나'하는 반응 보다 '아 저거 내가 하려는 거랑 좀 겹치는 데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까지 하더군요. 03. 하지만 변화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새롭게 세션의 호스트를 맡게 된 한 분께서 전체 메일을 쐈거든요. 지금도 그 메일의 첫 문단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여러분 모두 심혈을 기울여 고생하는 것 압니다. 열심히 찾고 잘 준비해 가는 과정이 좋은 경쟁이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트렌드가 몹시 궁금한 것은 아닙니다. 대신 여러분이 왜 그 트렌드에 주목했는지가 몹시 궁금합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공유 세션은 딱 3가지로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① I : 나는 왜 이 트렌드에 주목했는가 ② YOU :이 트렌드는 다른 것들에 비해 어떤 부분에서 더 의미 있는가 ③ WE : 이 트렌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즉, 내가(I) 주목한 이유, 그 대상이(YOU) 좋아 보이는 이유, 우리에게(WE) 의미 있는 이유만으로 간결히 정리하자는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04. 처음엔 다들 우왕좌왕 했습니다. 마치 새로운 과제를 하나 더 떠안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로도 두세 번의 세션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호스트 분이 이전에 보냈던 메일을 품고 다시 전체 답장을 하셨죠. '여러분. 공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의 보이스가 듣고 싶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에 ~ 이렇게 이렇게 했다고 하네요. 저 브랜드는 이제 ~ 요렇게 요렇게 바꾼다고 합니다'보다 여러분이 그 트렌드를 고른 이유를 한두 문장으로만 정의해 주세요. 공유 자료는 그냥 남이 올린 유튜브 링크 하나만 던져 주셔도 무방합니다.' 05. 그제서야 사람들이 바뀌기 시작하더군요. 호스트가 변화의 의지를 보이니 멤버들도 거기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서는 아무도 더 이상 문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전에 메일을 통해 자료를 공유한 다음 그냥 세션 때는 간단히 자기 생각을 1-2분 스피치 하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갔습니다. 분위기는 훨씬 가벼운 티타임처럼 바뀌었지만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나 질문은 더 많이 생산되었죠. 저는 이 경험이 저에게 준 충격이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06. '공유하는 것'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하지 않는 것보다야 백번 낫습니다. 하지만 진짜 임팩트가 생기는 순간은 SHARE라는 동작을 할 때가 아닌 COMMENT라는 내 생각을 펼쳐 보일 때입니다. 그러니 작은 것 하나를 공유할 때도 나한테 왜 이게 의미가 있었는지, 이건 어떤 특징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당신(혹은 당신들에게) 이걸 공유하는 이유가 뭔지를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07. 지금은 조직이 바뀌어서 더 이상 그 세션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저는 여전히 그 호스트 분의 간결한 메시지 정리를 자주 떠올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뭔가를 공유하고 싶을 때마다 저 ①-②-③을 다 고려해 보곤 하죠. 사실 이건 그리 힘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애매했던 부분을 더 명확히 짚어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공유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08. 뭔가를 추천드릴 때는 늘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 방법은 한 번쯤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공유라면 여러분도 듣는 사람도 더 좋은 임팩트를 가지는 게 공유의 본질과 목적에 훨씬 부합하는 것일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