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1940년대에 캐나다에서 교사로 일했다. 그런데 동료나 상사들의 일 솜씨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서툴 때가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계, 언론계, 군대, 법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황당한
피터는 1940년대에 캐나다에서 교사로 일했다. 그런데 동료나 상사들의 일 솜씨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서툴 때가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계, 언론계, 군대, 법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는 이를 두고 “직업적인 무능함은 도처에 존재한다”는 내용의 책을 썼다. 1969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무능한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큰 책임을 짊어질 능력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과거보다 일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나오곤 했다. 이렇게 승진을 거듭하면, 다음 승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도달하게 된다. 더 이상은 개선이 불가능한, 즉 고객이나 동료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피터는 이를 “모든 직원은 무능함이 극에 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곤 한다”는 설명과 함께, ‘피터의 법칙’이라 불렀다. 피터의 책은 풍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직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의 이론이 검증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및 그 이면의 의사결정의 문제를 지켜본 이후, 10년간 많은 연구자들이 피터의 법칙을 주목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켈리 슈는 “영업 관리자는 자신이 소속된 팀의 판매직 직원들을 교육하고, 업무를 할당하고 지도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어떤 관리자가 좋은 관리자인지 알기 위해, 직원들의 업무 향상이나 변화가 얼마나 일어났는지를 살펴봤다”고 했다. 일을 잘하던 이가 관리자가 된다면, 해당 팀의 업무 성과도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1등 영업 사원 출신 관리자들은 팀원들의 성과를 높여주지 못했다. 반면 저성과자 출신 관리자는 팀의 영업 실적을 향상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슈는 “우리가 영업 팀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 중 일부는 영업 관련 부서에서 피터의 법칙이 눈에 많이 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슈는 이런 현상의 요인이 다양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이 타인을 독려하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올렸었는데 관리자가 되어서 무능해지는 건 경험 유형이나 인간 유형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슈가 관찰한 바로는, 협업 경험이 많은 영업 사원들이 더 나은 관리자가 되는 경향이 있었다.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슈는 피터의 법칙이 과학과 기술, 공학 분야에도 만연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창업을 하더라도, 조직이나 팀을 이끌 적임자는 아닐 수 있다. 최고의 과학자가 되는 것과 과학자들을 가장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서로 다른 자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렌스 피터가 자신의 책에서 말했듯 무능한 관리자가 상사로 있는 것은 학계와 교육계에선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승진은 현재의 성과가 아니라, 오로지 대상의 자질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승진에 대한 가능성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동기가 된다. 이런 동기가 사라지면, 전체 생산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별 볼 일 없던 동료가 당신보다 먼저 승진하면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능력이 뛰어난 이들 중 23%는 자신보다 동료가 먼저 승진하면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 카스 경영대학원 아만다 구달의 연구에 따르면, 직업적 유능함이 입증된 관리자와 함께 일할 때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일을 한다. 구달의 연구 결과, ‘상사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게 상사에 대한 가장 공통적인 불만이었다. 자신의 업무를 상사가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유능함이 있어야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다는 과거의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그 이유로는 ‘자신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상사가 지시를 하다보면,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상사들이 빠른 판단력으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줘야 할 때 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등이 있었다. 구달의 연구는 전문지식 없이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일반적인’ 관리자들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달은 “흔히 MBA 등의 경영 수업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능력있는 관리자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회사들이 딜레마에 부딪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업무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직원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을 승진시킬 수 있다. 관리 자질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문성이 부족한 관리자를 뽑아서 직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이 둘 사이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슈는 “최근에는 업무 성과와 관리 잠재력이라는 두 가지 평가를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리더십 자질을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려는 시도”라고 했다. 슈는 기업들이 ‘직원에서 매니저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사다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승진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술 회사에서 ‘직무 변경 없이 석학 엔지니어 또는 수석 엔지니어가 되어, 엔지니어 직무를 수행하며 성과를 인정받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성과를 평가받는다면, 사람들이 관리직이 되지 않더라도 이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피터의 법칙은 우리에게 개인적인 함의도 갖고 있다. 만약 당신에게 승진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상사나, 당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는 직원 때문에 괴롭다면, 피터가 말한 ‘자신도 모르게 무능함이 극에 달한 수준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피터의 말처럼 유능함이라는 것은 진리와 아름다움, 또는 콘택트렌즈와 같이 나 자신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각자의 재능에 맞는 위치를 찾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