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마카세집을 방문했다. 일식당을 예약했다고 전하니 어머니께서 ‘선어냐 활어냐?’라고 물으신다. “활어로 무슨 초밥이에요. 그러면 식감이 질겨서 밥이랑 잘 안 어울려요”
어머니 생신에 어머니를 모시고 오마카세집을 방문했다. 일식당을 예약했다고 전하니 어머니께서 ‘선어냐 활어냐?’라고 물으신다. “활어로 무슨 초밥이에요. 그러면 식감이 질겨서 밥이랑 잘 안 어울려요”라고 답하니, 그래도 본인은 활어가 훨씬 맛있고 선어는 흐물흐물해서 별로라고 하신다. 젊은 세대가 숙성한 선어를 선호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2010년대 이후 회와 초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트렌드가 있다면 바로 숙성회다.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은 가수분해를 통해 아미노산과 다양한 부산물로 분해되는데 이것이 ‘감칠맛’을 더한다. 2010년대 이후 육류업계에서 드라이에이징 같은 숙성육이 트렌드가 된 것처럼 생선회도 숙성을 통해 감칠맛을 더한 회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럼 왜 옛날에는 활어가 인기였을까? 신뢰 때문이었다. 모든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른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구매자는 판매자가 자신을 속이지 않을까 하고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투명한 수조에서 살아 있는 생선을 보여주고 고객이 보는 앞에서 생선을 잡는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었다. 활어회는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을 주는데 이것은 사실은 사후경직으로 질겨진 육질이다. 하지만 옛날부터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회를 먹다 보니 사람들은 회를 쫄깃한 식감으로 먹는 음식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우리가 숙성회나 숙성육을 먹게 된 것은 거래의 투명도가 개선되고,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가 형성된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판매자를 계속 의심했다면 오래된 고기를 사기 쳐서 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어머니는 활어가 더 좋다고 하신 것일까? 단순히 취향의 문제일까? 아니면 취향을 결정짓는 다른 요소가 있는 것일까? 미국 맥주시장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대기업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낮고 수제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반대로 세대가 위로 올라갈수록 대기업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수제맥주를 맛이 없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 차이는 젊은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1978년 지미 카터 행정부가 홈브루잉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그때부터 다양한 맥주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들이 20-30대에 마셔본 맥주는 버드와이저 같은 대기업 맥주가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밀레니얼 세대는 수제맥주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절인 2000년대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단순히 젊은 세대가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여서가 아니다. 젊은 시절에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의 소비경험이 취향을 결정지었고 이를 통해 다른 상품을 판단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 맥주는 갈수록 위축되고 수제맥주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배경이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에 회는 활어회밖에 없었다. 그게 부모님 세대에서 회가 가진 맛의 표준이었다. 숙성회는 그간 본인께서 경험한 기준에서 벗어난 맛이었다. 그 때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신 것이다. 반대로 나의 경우엔 활어회와 숙성회를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두 가지를 서로 동등하게 놓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차이였던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품목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과거에는 잘 팔렸던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더 젊은 새로운 소비자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에 더 젊은 소비자들에게 맞춰가지 않으면 천천히 쇠퇴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모든 산업과 미디어에 교훈이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