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든 혁신의 꽃
1/ 코로나가 번지자 한편으로는 디지털화와 재택근무를 통해 생산성이 증대되고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세계는 생산성 저하와 둔화된 경제 성장률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2/ 2020년 코로나가 시작하자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 백신 개발이 성공하자, 혁신의 힘에 장미빛 전망이 돌기 시작했다. 나아가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오랜 출퇴근 시간과 오피스 뒷담화에서 인류가 해방되며 생산성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졌다. 3/ 하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0년대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많은 혁신이 있었다는 우리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선진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미국의 생산성(시간당 산출량)은 감소되었고,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만한 혁신은 줄어들었다. 분석 결과, 세계 경제가 더 생산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4/ 단적으로 미국과 영국의 생산성은 줄어들고 있다. 2022년 2분기, 미국 임금 노동자수는 130만명이 증가했으나 GDP는 0.1% 하락했고, 영국 역시 GDP가 비슷하게 감소했으나 임금 노동자수는 15만명 증가했다. 5/ 낙관론자들은 투자의 과실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팬데믹 시절 이루어졌던 투자가 성과로 나오는 시점은 2024년 이후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세가지 이유가 있다. 6/ 첫번째, 현재 기업 투자 대부분이 생산성 제고 목적이 아닌, 불안정한 공급망에서 비롯된 재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하반기 독일 기업 투자의 9%는 재고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였다. 많은 기업들의 신규 기술을 위한 R&D 지출 비율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그리 높지 않다. AI나 자동주행, 로봇과 같은 신기술보다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7/ 두번째는 재택 근무의 생상성 향상이 증명된바 없다라는 점이다. 이제 재택근무는 ‘뉴노말’이 되었다. 현재 미국 노동자의 1/3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주는 영향은 ‘불확실’에 가깝다. 재택근무는 익숙한 환경에서의 ‘몰입’을 강화할 수도 있으나 반려견과의 ‘산책’을 더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8/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여전히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 유행으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못하며, 병가를 내는 직원들의 숫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9/ 결국 현재로서는 팬데믹이 생산성을 이끌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팬데믹에 대응하느라 혁신을 위한 투자 대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에 급급한 상황이다. 희망 섞인 기도만으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