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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퇴임하신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CEO 한 분께서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김 교수,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다소 당황스러운 이 질문에 나름 전문가라는 소리를

얼마 전 퇴임하신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CEO 한 분께서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김 교수,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다소 당황스러운 이 질문에 나름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자부하던 필자는 비전 제시 능력, 협업을 이끌어 내는 지혜, 신기술을 알아볼 수 있는 창조적 지혜 등 별별 멋있는 내용을 열거했다. 그런데 그분의 대답은 필자를 한순간에 부끄럽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측면들 다 중요하지. 하지만 그런 측면들은 해당 능력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되는 거 아냐? 내 말은 경영자, 즉 리더의 역할 말이야.” 그러고는 이렇게 말씀을 이어 가셨다. “내가 없어도 일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해. 나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게 해 놓으면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경영자는 아니야.” 두고두고 되새겨 볼 말이다. 왜냐하면 일이 알아서 돌아가게 만들어 놓아야 새로운 구상도 하고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안목을 키워 나갈 것 아니겠는가. 리더 본인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면, 그 리더 또한 조직의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과 결국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이 중요한 말에 다시금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 방법 말이다. ‘어떻게 하면 리더가 없어도 조직이 알아서 잘 돌아가게, 즉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번에도 대답은 간단했다. “리더가 퇴근을 일찍 하면 돼!” CEO가 일찍 퇴근하면 알아서 일을 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것이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분도 모르는 그분만의 방법이 분명 더 있을 것이다. 설마 그저 일찍 퇴근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 성공했거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비결을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그것이 사소한 습관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런 습관이 있었기에 일찍 퇴근하는 리더가 조직에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자율성이란 일을 그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깊게 생각하며 연결성을 고려해 보는 구성원들이 있는 조직에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조직 구성원들을 이렇게 만든 리더의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수많은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그분의 경우에는 바로, ‘왜(why)’에 있었다. 그분은 “그거 왜 하는 거야?”라는 말을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달고 사셨다. 심지어 이미 결재가 난 사항에 대해서도 그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이 짧은 질문에 직원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언제까지(when) 할 거야?’ 혹은 ‘어떻게(how) 할 거야?’라는 질문에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인식시켜 주거나 때때로 진척 상황만 보고하면 되지만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어려울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상황, 시점, 맥락,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CEO께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수많은 ‘왜’를 끊임없이 물으셨고, 그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저 일을 시키고 결과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왜 하는지’ 묻는 사람에게는 ‘이 사람이 나에게 의외로 많은 관심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늘상 ‘왜’를 묻는 사람들은 그 질문을 받는 사람이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함께 더 많은 대안적 생각을 하게 해서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율성을 더 높인다. 그분은 평생을 그 질문과 함께 일찍 퇴근한 것이다. 이래저래 인간은 참으로 오묘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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