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사람들은 당신이 왜 조직에 필요한지 잘 모른다.
첫 UX리서처로 조직에 합류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입사할 때 조직이 작았다. 엔지니어를 포함해서 여덟, 엔지니어를 제외하곤 셋(사업 PM, 개발 PM, 그리고 나)이 전부였다. ’ 딥러닝 기술로 시장에 나가보자’는 막연한 목표를 가졌었고, 아이템도 시장도 뚜렷하지 않았다. 어느 날, 열심히 포스트잇으로 어피니티를 하던 나에게 엔지니어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포스트잇으로 뭘 하시는 건가요?" 그 이후로도 악의 한 방울도 없는, 순수한 이 질문(혹은 유사한 질문)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르겠다. 슬픈 사실 하나를 공유해주자면, 초기 조직에는 ‘나의 중요함’을 지원하고 지지해줄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직군’일수록 더욱.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왜 필요한지 모르는데 어떻게 나를 지지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사람들은 당신이 왜 조직에 필요한지 잘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이 조직에 합류한 시기가 이를 경우, ‘존재 알리기’ 발표를 만류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한다고 해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모든 어린이에게 ‘어른이 된다고 전부가 아니야’라는 말을 이해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적어도 ‘작은 성공 몇 개’를 조직에 안겨준 후에 설명해도 늦지 않다. 대학원이나 연구기관에서 리서치와 인하우스 제품 조직에서 리서처는 어떻게 다르게 일해야 하는가? 그것은 고객에 차이가 있다. UX리서처에 대한 대부분의 글이 ‘고객 이해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되는 것이 가끔은 안타깝다. 물론 사용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간과되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자면, 의사결정은 사람이 한다. 그러므로 UX리서처의 고객은 사용자가 아니라 당신의 팀원이다. 진지하게 말해서, 고객 인터뷰를 한 명 더 하는 것보다 가장 높은 의사결정자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부정한 리서치를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직군은 반대로 일을 조금 더 하는 것보다 고객을 한 명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절대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리포트를 공유한다고 사람들이 덜컥 의사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행동(일)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의견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리서치, 리서치 결과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면 패러다임을 ‘수집, 분석, 설득’에서 ‘참여, 공감’으로 바꿔야했다. 다음 리서치에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하고 (”요즘 고민하는 의사결정이 있으실까요?”), 리서치 킥오프에도 참가해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염려하는 사실을 공유하고 (”이런 이런 부분은 굳이 인터뷰지에 안 넣어도 될 것 같아요.”), 인터뷰 세션에도 같이 참여시키고, 필요하면 노트 테이킹도 시키고, 분석할 때 어피니티 다이어그램도 함께 하고, 필요하면 엑셀 노가다도, 가위질도 시켰다. 어제의 방식은 오늘은 반만 맞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은 새로운 역량과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새롭게 작성한 내 JD는, 충족하기에 살짝 벅차긴 하다. 그래서 새로 공부할 것도 많아졌고, 부족한 부분도 많아 끊임없이 회고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아직도 나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뚝딱대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며 생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