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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풍

일work 삶life 공감 아티클 348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가을 소풍을 간다고 합니다. 봄에 딸기 농장으로 소풍갈 때 제가 같이 갔습니다. 아빠와 함께 간 소풍이 즐거웠는지 두고두고 소풍 간 이야기를 하길래 가을 소풍도 제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며칠전부터 소풍가는 것을 기대하며 기다려온 딸이 신나는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소풍 계획이 발표되면 그날부터 소풍가기 전날까지 설레는 마음에 밤에 잠을 설쳤습니다. 그날은 왜이렇게 더디게 오는지 하루하루 달력에 날짜를 지워가며 기다렸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설레는 날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딸을 위해 김밥을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아내는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소풍갈 때 엄마가 김밥을 싸주지 않아서 몹시 서운했다고 합니다. 그 한을 품고 엄마가 되면 피곤하고 힘들어도 소풍 날 아이를 위해 김밥을 싸주겠다는 결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너무 원한으로 포장했나요? ㅎㅎ) 가을 소풍 장소는 목장입니다. 목장가서 가축들에게 여물을 주고 치즈와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합니다. 이 모든 여정이 오전 9:30부터 오후 2:30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정을 소화하는 것 외에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딸의 컨디션과 친구들, 선생님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젖소가 윗니가 없어서 깨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혀바닥으로 여물을 받아 먹습니다. 낼름낼름 길고 두터운 혀바닥으로 잘도 받아 먹습니다. 그리고 겁이 많아서 뒷걸음질을 잘 치는데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트라우마로 그 상황에 있었던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다고 합니다. (겁쟁이 녀석. 나도 겁 많은데 그래서 우리가 송아지 눈인가 보다) 점심시간에 딸과 같이 소풍온 학부모님들과 도시락을 펼쳐 먹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참 인정이 많은 것 같아요. 싸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걸 보고 배운 아이들도 친구들에게 사탕과 젤리를 아낌 없이 나누어 줍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먼저 받기 전에 잘 나누지 않는데 말이죠. (에잇 4살만도 못한 인간) 오후에는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치즈를 만들었다기 보다 이미 고체로 결정된 치즈를 주물럭 거리며 맛도 보고 오감 체험을 했습니다. 열심히 조물딱 거린 치즈를 피자 도우 위에 올리는데 이게 과연 맛이 있을까 (아니 먹어도 건강에 괜찮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오우 그런데 제법 모양과 맛이 피자스러웠습니다. 역시 얄팍한 선입견으로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딸이 피곤해서 골아 떨어질 줄 알았습니다. 왠걸 출발할 때보다 더 쌩쌩해져서 신나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몹시 피곤하여 하품이 연신 나왔지만 귀여운 딸이 장난을 치자 애교 뽕을 맞은 아빠는 기분이 좋아서 깔깔 거리며 버스 안을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버스에 내려서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딸이 업어 달라고 했습니다. 잠깐 업고 내리려고 했는데 피곤했는지 등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집까지 3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잠든 딸을 깨울 수 없었습니다. 씩씩거리며 겨우 집에 도착해서 고된 가을 소풍을 마쳤습니다. 내년 소풍에는 아내를 보내야 할 것 같네요. 힘들었지만 함께 보낸 시간이 딸의 기억 속에 오래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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